전북 익산시가 58억 원 상당의 '상수도 원격검침 단말기' 방식을 외부 LCD표시형으로 결정한 것을 놓고 관련 업체들이 '스마트시대를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익산시는 국비와 시비 121억원을 투입해 연말까지 3만8600 전의 수도계량기를 디지털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계량기에 디지털 수도미터기 및 원격검침 단말기를 연결해 검침과 관리 및 서비스 업무까지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7월 '스마트미터사업 검침단말기 구입. 설치' 제안서 제출안내를 공고했다.
기한은 오는 9월 7일이다.
원격검침단말기는 수도계량기 내부에 설치하는 매립형과 외부 벽과 기둥 등에 설치하는 옥외 표시형으로 나눠진다.
익산시는 외부 LCD 표시형을 주 품종으로 삼았고, 공고에서의 실적도 이 부분만 인정된다.
다만, 표시형 설치가 어려운 곳은 매립형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관련 업체들은 "표시형은 통신기술 발전하지 못했던 몇년전 방식이다. 지금은 기술 발전으로 무선방식인 매립형 수신률도 98% 이상 담보된다. 침수로 인한 방수도 이미 해결됐다"라며 "익산시의 표시형 결정은 기술적 후퇴"라고 주장했다.
실적에 대한 배점도 지적했다.
공고문에 제시된 평가기준은 3년간 외부표시형 1만8000개 이상 사업 수행실적이 있으면 만점인 6점을 주고, 1만2600~1만8000개 미만은 5.4점을. 7200~1만2600개는 4.8점을, 7200개 미만이면 4.2점을 주는 형태다.
매립형 실적이 많아도 외부표시형 실적이 없으면 최하 점수만 받는 구조다.
이에 참여 예정업체들은 "외부 표시형과 매립형은 방식의 차이지 실적에 연동될 정도로 큰 차이점은 없다. 매립형을 설치했던 지자체도 매립형만의 실적을 요구하지 않는다. 익산시도 방식 정해놓지 말고 표시형과 매립형 제대로 검증 한번 해 보자"라며 실적 인정 제한의 변경을 요구했다.
조달청의 구매자료도 제시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원격자동검침시스템 구매 관련 자료를 살펴 본 결과 총 86개 수요기관에서 365건, 31만여 개가 검색됐다.
이중 매립형은 28만여 개(90%), 외부 표시형은 3만여 개(10%) 였다.
업체들은 "우리나라 상위권 업체 대부분 외부 표시형과 매립형 2가지 모두 직접 생산하고 있지만, 표시형을 찾는 수요가 없다보니 익산시의 실적 기준을 맞춘 업체는 많아야 1~2개 불과하다"며 "더욱이 실적간 점수 차이도 0.6점으로 크다. 입찰에 참가해 보면 총점 100점 기준으로 0.5점 이내에서 당락이 거의 결정된다"라고 토로했다.
"무선전화보다 유선전화가 앞선 기술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라며 "원격검침 전국 보급률이 5% 미만인 상태에서 특정 기술만 고집한다는 것은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익산시 관계자는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여러 지자체를 다니면서 검토해 외부 LCD표시형을 최선의 방식으로 결정했다. 통신 수신률도 좋고, 수용가들이 선호한다"며 "LCD표시형이 주 품목이라 이 부분 실적만 인정했고, 부득이 한 곳은 매립형으로 설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세는 매립형이 아니라 외부 표시형이다. 일부 지역에서도 시행착오 끝에 매립형에서 표시형으로 변경하고 있다. 지난번 침수된 지역에서 매립형의 오류도 있었다. 업체 조사 뿐만 아니라 환경부 질의 등 여러방면으로 검토해 최종 결정했다. 5개 업체 이상 해당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국비 받아서 사업 시행못하는 지자체 많다. 이번 익산시의 사업이 롤모델이 될 것이기 때문에 업체의 관심이 클 것이다. 특정업체가 거론되는 것도 알고 있지만, 특혜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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