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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의 빈곤' 해결이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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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의 빈곤' 해결이 복지다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장소기반 복지,이제는 플랫폼 접근이 필요

올해 초 저자는 도시빈곤의 심화 현상에 주목하면서 우리나라도 대다수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도시 내 소득불평등과 공간적 격리의 결합에 따라 부와 빈곤이 세습되는 전형적인 현상을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장소기반 복지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공간(장소) 창출을 통해 빈곤 해소와 삶의 질 제고를 목표로 하는 보다 혁신적인 도시정책의 필요성도 논의하였다. 이제는 도시 맥락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전략과 실천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선진국의 장소기반 복지정책의 사례

복지정책에서 사람중심이냐 장소중심이냐의 논쟁은 오랜 주제였지만, 지리학의 입장에서는 장소중심의 복지정책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서로가 배타적인 접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사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복지정책이 사람중심에서 장소기반으로 변천해 온 것도 사실이고, 그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먼저 해당 지역의 환경을 바꾸는 것이 빈곤 해소에 기여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인식 속에서 영국 정부가 추진했던 싱크 에스테이트(Sink Estate) 정책이 있다. 싱크 에스테이트 정책에 따라 추진된 계획 중 하나가 '패킹톤 에스테이트(Packington Estate) 개발'이다. 이 정책은 개인과 가족, 커뮤니티와 웰빙(Well-being) 등의 개념을 우선순위에 두고 협업과 협력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영국은 신자유주의 이후 공공임대주택을 민영화했고, 그 과정에서 민영 공공임대주택에서 내몰린 빈곤한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의 또 다른 주거지에 모이게 되었다. 결국 공공임대주택의 민영화는, 빈곤의 사회적, 공간적 집중을 초래하였고, 이러한 현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곳이 바로 패킹톤 에스테이트였다.

하지만 이 지역은 장소 중심의 정책에 따라 시도된 단지 재개발 등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조치를 통해서 조금씩 살아나며 빈곤지역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패킹톤 에스테이트에 대한 사례를 통해 드러난 지역 재생의 키워드를 찾자면, 공공기관의 적절한 역할, 좋은 디자인, 그리고 대화(커뮤니케이션과 협력)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는 덴마크 뇌레브로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덴마크의 경우, 거대한 시설 중심이 아닌 사람이 살만한 공간에 초점을 맞춘 덕에, 대규모 토건 사업 없이 도시환경을 개선하는데 성공하였다. 이것이 가능했던 데에는, 공공(기관)은 공공토지를 제공하고, 운영은 민간기업처럼 움직이는 공기업이 담당한다는 철학과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뇌레브로 프로젝트'의 해당지 뇌레브로 지역 역시 영국의 패킹톤 에스테이트처럼 덴마크에서 가장 분열되고 가난한 지역이었다. 시 정부는 이 지역을 어떻게 주류 사회로 포섭할 것인가를 고민하였고, 그 과정에서 지역 환경을 우선 개선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지역 환경 개선의 두 축은 건축과 디자인이었는데, 이 두 축의 힘으로 안전한 장소라는 인식을 높이고 사회를 결속시키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민자 등 인종의 다양성을 고려하는 한편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서 주민 스스로 지역 공간과 시설 용도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를 통해 뇌레브로 지역은 전통적인 낙후 지역에서 벗어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장소기반 복지정책의 발전과 경험 및 시사점

장소기반 복지정책은 장소와 복지라는 두 단어가 핵심을 이룬다. 결국, 장소적 시각에서 복지를 생각해볼 수 있고, 복지 측면에서도 장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복지에서 장소를 바라보는 맥락에서 보면, 복지정책의 초점은 선별적 복지에서 시작하여 보편적 복지로 확장되었고 현 정부에 이르러 포용적 복지로 전환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특징적인 점이 바로 과거의 복지정책이 '사람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장소 중심'으로 상당 부분 변화하고 이것은 이미 해외 사례에서도 확인된 바이다. 장소의 빈곤을 해소하는 것, 즉 환경을 바꾸는 것을 통해서 총체적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근의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한편 이렇게 복지 정책이 장소 중심으로 변하다 보니, 장소 기반의 보편적 복지 개념이 국토, 지역, 도시, 공간 정책과 점진적으로 수렴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과거 본격적인 도시건설에 따라 주택, 도로, 공공시설 등 인프라 공급 중심의 도시정책은 점차 도시재생이나 취업프로그램, 체감형 시설과 같이 넓은 의미에서의 복지 영역을 점차 강조하고 있다.

또한 시민 참여와 지역 특성을 고려하면서 도시시설계획은 점차 생활 인프라를 중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도시계획 자체가 고용, 복지, 문화와 점차 연동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변화 중이다. 이제는 장소와 복지는 서로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에서 추진된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정부 중심의 생활SOC 사업과 서울시의 다양한 생활권 및 10분 동네 생활SOC 사업이다. 생활SOC 사업은 주민들의 삶의 질 제고를 직접 목표로 하여 온 국토·도시 공간정책을 보다 심화시키는 것으로 간주되며, 특히 최근 융복합화 사업을 통해 토지 및 건물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주민들의 만족도를 제고시키는 점은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서울시는 기존 하향식 도시계획 수립과정을 혁신하여 시민이 참여하고 전문가가 조언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도시계획을 수립하였고, 특히 도시기본계획과 도시관리계획을 연결하는 중간단계 계획으로서 생활권계획을 수립하여 적용한 점이 특징적이다. 특히 생활권계획은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계획의 수립과 추진을 위해 지역생활권별 동네단위 발전전략과 함께 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 10분 동네 생활SOC 사업까지 추진하면서 보다 지역맞춤형 및 주민밀착형 삶의 질 제고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도시정책 측면에서 삶의 질 제고를 목표로 하는 정책의 연장선 위에서 장소기반 복지정책이 자리매김해야 하며, 특히 다양한 스케일에서 공공자산을 활용하여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주민밀착형의 실행계획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기존 정책이 대부분 시설공급 중심의 하드웨어 접근에 치중하고 있어 정책효과의 체감도가 낮다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향후 기본전략은 시설공급이 아니라 해당 시설에 어떤 복지 콘텐츠를 담아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초점을 두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장소기반 복지전략으로서 플랫폼 접근이 필요

최근 도시 관리에 대한 패러다임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의 거버먼트(Government) 개념에서 거버넌스(Governance) 개념으로 이미 바뀌어왔다. 이 거버넌스와 함께 최근 도시 관리에서 새로 등장한 개념은 바로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주로 기술혁명이라든지 문화적인 변동에 따라 등장하는 개념인데, 최근 도시 관리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이 개념을 도시 관리 측면에 적용하면, 민관 인터페이스라는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그곳에 주체들이 참여하게 만드는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플랫폼 사용자 한 사람의 활동이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게 만드는 네트워크 효과를 말한다. 이런 개방적인 플랫폼 내에서 주체들이 참여하고 네트워크를 통해서 서로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도시문제들을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는 혁신적 방식이 생겨나고 있다. 또한 플랫폼 역량을 구축하고 제고하는 요소로서 공공부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플랫폼 사례 중 하나로 오울루(Oulu) 시를 보면 알 수 있다. 오울루 시는 맵겟츠 플랫폼(Mapgets : 3D web map application platform)이라는 가상 플랫폼 3D 모델을 활용하고 있는데, 오울루 시 정부는 맵겟츠 데이터 플랫폼에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고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이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공유된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도시 문제(주택 문제, 인프라 문제, 서비스 문제 심지어 복지 문제까지)를 해결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이나 여러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유도하고, 나아가 그것을 비즈니스화하는 것도 돕고 있다. 이러한 공공의 혁신적 역할은 새로운 비즈니스의 창출과 도시문제의 혁신적 해결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렇듯 장소기반 복지정책도 장소, 디자인, 그리고 네트워크 효과에 기초한 플랫폼 접근을 통해 도시 거주민 삶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려는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나라 도시 맥락에서 실현가능한 전략과 실천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사실 삶의 질의 격차로 나타나는 장소빈곤의 문제를 들여다보면, 서울시 내 동네별 삶의 질 격차는 공공서비스 측면에서도 존재하지만, 특히 민간서비스 측면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예를 들어 편의점이 있는 동네와 없는 동네의 경우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삶의 질을 구성하는 다양한 서비스의 격차는 결국 비용의 격차를 반영하는 것이고, 결국 공공부문은 그러한 비용을 사회화함으로써 낙후된 지역에 대한 서비스 공급을 제고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비용의 사회화 수단으로 주목되는 것이 바로 도시공간 내 물리적 공간의 공급이고, 이렇게 공급된 공간을 플랫폼화하고 그곳에 서비스 관련 민간 또는 사회적 경제주체들의 참여와 네트워킹을 도모함으로써 낙후된 동네가 지금까지 누리지 못했던 서비스의 공급 혜택을 누리게 만드는 것이 바로 도시맥락에서 장소기반 복지정책이 지향해야 할 과제로 생각된다.

따라서 도시맥락에서 장소기반 복지정책은 공공이 보유하는 현재와 미래 자산을 플랫폼화하고 그 플랫폼에 다양한 조직을 연결해 운영함으로써, 공공주택 입주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주민 삶의 질까지 함께 향상하는 혁신적인 도시정책 사업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장소기반 복지정책에서 또한 중요한 것이 바로 단순한 시설공급이 아니라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도시서비스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낙후지역 혹은 생활환경이 저조한 지역에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이지만, 이 부분은 많이 개선되고 있다. 사실 낙후된 동네에서는 언제든지 편의점에 갈 수 있고 택배가 오면 누군가 대신 받아줄 수 있는 등, 사소하지만 중요한 생활상 편의시설이 부족한 문제가 있다.

더 나아가 우리가 함께하는 것들, 예를 들면 '공동창고' 혹은 '공동육아방' 등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공간자산의 형태도 옥외공간이나 단위 공간을 쓰든지, 층을 쓰든지, 혹은 전체 공간을 다 활용하든지 다양한 공간 활용의 형태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지역별·유형별로 차별화된 서비스 공급·운영 전략을 펼쳤을 때 장소기반 복지정책를 위한 다양한 사업모델도 만들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이러한 혁신적인 전략의 추진을 통해 지금까지 공공 서비스와 시설 중심의 장소기반 복지정책에서 나아가 다양한 시민체감형 도시서비스를 제공하고 공공-서비스 공급자-시민의 네트워킹 속에서 조금 더 혁신적인 공급방식을 채택함으로써 플랫폼 접근에 기초한 한국형 장소기반 복지정책의 성공사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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