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파 사례 중 적어도 4분의 1은 '일상 접촉'으로 발생하는 만큼, 접촉 시간과 거리 중심인 '밀접 접촉'의 정의를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내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밀접 접촉과 일상 접촉으로 나눠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감염자와 누적 15분간 6피트(약 1.8미터) 거리에서 접촉한 경우를 밀접 접촉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상 접촉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는 않았지만 확진자와 일시적 접촉이나 같은 공간 내 접촉을 한 경우를 말한다.
김 교수는 "공기 전파의 경우 6피트보다 먼 거리, 15분보다 더 짧은 접촉으로도 전파가 가능하다"며 "따라서 6피트·15분 기준은 비말 전파가 주된 전파 경로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설정한 기준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기간 14명의 지표환자(집단감염 내 첫 확진자)를 중심으로 총 440건의 밀접접촉과 2천198건의 일상 접촉이 있었으며, 이중 총 36건의 전파 사례가 발생했다.
전파 사례 중 26건(72%)은 밀접 접촉으로 분류됐고, 나머지 10건(28%)은 일상 접촉이었다.
일상 접촉자 10명 중 4명은 지표환자와 노출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짧은 대화(중앙값 1.5분·범위 0.3∼3분)를 했다. 4명은 지표환자와 노출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대화 없이 같은 공간에 있었으며, 나머지 2명은 지표환자가 떠난 공간에 머물렀다.
김 교수팀은 "의료기관 내 코로나19 전파 중 적어도 4분의 1 이상은 일상 접촉에서 발생했다"며 "밀접 접촉을 정의하는 '15분' 시간 기준이 자의적이며 비말 전파의 기전에 주로 근거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밀접 접촉과 일상 접촉을 분류할 때 지표환자와 전파대상자의 물리적 거리와 노출 시간뿐 아니라 지표 환자의 증상, 기침이나 노래 같은 에어로졸 유발 행동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간의 밀집도와 환기 여부, 실내 공간 크기 등 환경적 요소도 고려 대상으로 꼽았다.
연구팀은 "밀접 접촉의 어떤 정의도 완벽할 수 없다"며 "확진자와 접촉을 추적할 때는 (비말 전파 기반) 밀접 접촉에만 집중하기보다 유연한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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