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직후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인프라 예산 처리 방안이 가닥을 잡았다.
2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 상원의 여야 초당파 의원은 1일 2천702쪽짜리 인프라 예산 합의안을 발표했다.
이 예산안은 12년간 1조2천억 달러(1천380조 원)가 소요되지만, 신규 지출로만 따지면 5천500억 달러 규모라는 게 더힐의 설명이다.
합의된 예산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제시한 미국 일자리계획(2조2천500억 달러), 미국 가족계획(1조7천억 달러) 등 4조 달러(4천600조 원) 인프라 투자안의 일부다. 한국의 올 한 해 전체 예산인 560조 원의 무려 8배 규모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더 나은 재건'을 목표로 제시한 바이든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중국과 인프라 경쟁에서 우위 확보, 복지 확충 등을 위해 스스로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투자"라고 지칭할 정도로 과감한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며 취임 초부터 이 예산 통과에 진력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과 친정인 민주당의 지도부는 이 예산안이 국가채무 증가, 납세자 부담 증대, 기업 투자 의욕 저하 등을 우려한 공화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자 '투트랙' 전략을 취했다.
공화당과 타협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여야 합의를 도출해 처리하되 이견이 있는 부분은 민주당이 의회 다수석을 활용해 독자 통과시키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초당파 의원들이 발표한 예산안은 도로, 다리, 교통, 광대역, 수도 등 그동안 공화당도 그 필요성을 공감해온 전통적 의미의 인프라들이다.
초당파 의원들은 이번 합의안이 주중 처리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애초 제시한 4조 달러 예산 중 이번 합의 대상에서 빠진 3조5천억 달러는 상원의 예산조정 절차를 활용해 자력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상원에서 공화당이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절차인 '필리버스터'를 추진할 경우 법안을 처리하려면 6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석이 50 대 50 동석이어서 민주당 혼자 힘으로는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예산조정이라는 우회 절차를 택할 경우 필리버스터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당연직 상원 의장인 부통령의 캐스팅보트를 활용해 예산안 처리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지난 3월 1조9천억 달러의 코로나19 경기부양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때도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히자 예산조정 절차를 동원했다.
민주당은 일단 초당파 합의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곧바로 3조5천억 달러의 별도 예산안 처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경우 8월 9일부터 예정된 여름철 휴회 시작이 일주일 정도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변수도 남아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당내에 반대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초당파 합의안에 참여한 공화당 의원들의 수로 볼 때 상원의 예산안 처리에 필요한 표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지만 막판까지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
민주당에서도 조 맨친, 커스틴 시네마 의원 등 일부가 대규모 재정투입에 우려를 표시해 예산조정 절차가 험로를 겪을 수 있다. 민주당에서 단 1명의 반란표만 나오더라도 예산조정 절차는 수포가 된다.
하원의 경우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초당파 합의안과 예산조정을 통한 3조5천억 달러의 두 예산안이 상원에서 모두 통과되면 하원에서도 이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석이어서 통과까지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는 것이 일반적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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