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재정의하고 재구성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광범위한 이해당사자로 구성된 교육계도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비대면 수업의 일상화, 보다 광범위하게는 '뉴노멀'로서 원격교육은 우리가 지금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삶의 양식이다. 이를 배경으로 원격교육의 몇 가지 중요한 현안과 함의를 경제지리학의 렌즈를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원격교육과 디지털 격차
코로나 이전에 원격교육은 사교육 업계에서 두드러진 현상이었다. 특히, '인강'의 형태로 입시나 취업 시장에서 교육 서비스의 '도달거리'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원격교육이 동원되었다. 반면, 공교육에서는 일부의 도전적, 진취적, 창의적, 혁신적 교육자 사이에서만 예외적으로 수용되었던 교수-학습 '테크닉'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공교육의 영역에서도 원격교육이 하나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팬데믹 초기에는 학습자와 교수자 모두 패닉 상태에서 길을 잃은 듯 했지만, 이제는 대면학습보다 원격교육을 선호하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원격교육을 대면학습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지를 고민할 때가 된 것도 같다.
한편, 원격교육이 제공하는 편의와 혜택을 모두가 동등하게 누리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이는 특히 대학교육에서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촬영 스튜디오, 학습관리시스템(LMS), 온라인 강의 콘텐츠, 이를 개발하고 운용하는 인적자원 등 원격교육 인프라의 수준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4년제 대학의 여건은 2·3년제 대학에 비해 나은 편이지만, 같은 유형의 대학 내에서도 기관과 지역에 따라 원격교육 인프라의 구축과 운용의 양적, 질적 차이는 분명하게 나타난다. 한 마디로, 우리의 대학생들은 어떤 지역의 어떤 학교에 소속되어 있느냐에 따라 원격교육 접근성 차이를 경험하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대학원격교육지원센터 : 디지털 교육 격차 해소의 노력
원격교육 접근성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려는 정책적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2020년 하반기부터 '대학원격교육지원센터(UDEC)'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디지털 교육의 격차를 '지역적인' 접근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계획으로는 2024년까지 5년간 진행될 사업이며, 실행 기관으로 10곳의 권역별 UDEC이 4년제-2·3년제 대학 컨소시엄 형태로 출범하였다. 예를 들어, 충북권역 UDEC은 충북대학교-충북도립대학교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도내 19개 대학 간의 원격교육 협력 모델을 만들어 나아가고 있다. 충북권역을 포함해 모든 UDEC 사업은 공동 활용 스튜디오와 LMS 구축, 원격교육 콘텐츠 개발, 인적자원 개발 및 혁신 역량 강화 등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2020~2021년 동안 300억 원 이상의 국가 재정이 이 사업에 투입되었다.
아주 짧은 기간이지만 이 사업을 통해서 지금까지 이룬 성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충북권역의 경우 도내 대학들이 공유하여 사용하는 종합스튜디오가 컨소시엄 대학 2곳에 마련되었고, 올 연말까지 인프라가 열악한 대학을 중심으로 6곳에 소형스튜디오가 보급될 예정이다. 지역 내에서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 강의 콘텐츠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으며, 개발된 콘텐츠는 학점교류 제도를 마련해 공동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권역별 공동 LMS도 구축되어 활용되고 있다. 공동 LMS는 예전에 LMS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소규모 대학에게 큰 도움을 준다. 충북권역 공동학습관리시스템(CC-LMS)의 경우, 현재는 도내 5개 대학의 원격교육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으며 참여 대학의 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원격교육과 지역혁신 거버넌스
디지털 격차는 학습권의 차원에서 정의롭지 않을뿐더러, 지역과 국가의 발전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조건이다. 특히 지식기반경제의 발전에 기초가 되는 인적자본 개발에 이롭지 않다. 대학교육이 민·관·산·학·연으로 구성되는 '지역혁신체계'의 핵심을 차지함은 주지의 사실이며, 디지털 교육 격차는 지역 간 불균등발전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경제(지리)학 이론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은 물질적 자본의 투입만 가지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생산성 향상의 효과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수확체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면, 교육, 지식, 기술에 대한 투자는 수많은 파급효과로 이어진다. 그렇게 되면 생산성의 향상을 지속시키는 '수확체증'이 나타난다.
이런 논리는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로머(Paul Romer)의 '내생적(endogenous)' 발전론을 통해서 이제는 하나의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로머는 내생적 발전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스탠포드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애플리카(Aplica)라는 대학교육 플랫폼 기업을 창업하기도 했었다.
이런 관점에서 UDEC 사업과 같이 원격교육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지역에서 내생적 발전의 잠재력을 키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인프라와 자원의 공동 활용을 증진시킴으로써 과잉, 중복 투자의 문제를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지역 수준에서 대학 간의 긴밀한 협력을 도모함으로써, 지역혁신을 지향하는 협력적 인적자원 개발의 거버넌스 구축도 가능하다.
지역혁신 잠재력의 현실화를 위해서
그러나 지역혁신의 잠재력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가지의 추가적인 정책적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첫째, 원격교육에서 디지털 격차 해소의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팬데믹에 대처하는 단기적 조치라기보다, 지역혁신의 기반을 다지는 장기적 투자로 인식하는 정책 프레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둘째, 다양한 지역혁신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대학의 이원적 네트워크를 넘어서 지방정부, 시민사회, 산업계까지 아우르는 다면적인 네트워크로 확대, 재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원격교육은 지역혁신체계의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촉매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셋째, 행정 단위를 넘어서는 원격교육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권역별 UDEC 간의 긴밀한 협조는 벤치마킹, 모방학습, 혁신에 유리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특히 접경지역을 대상으로 중요해 보인다. 충북의 경우, 옥천과 영동은 대전·충남·세종권역과 제천과 단양은 강원권역과의 지리적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이와 같은 프레임의 전환, 네트워크의 외연 확대, 지역 경계를 초월한 파이프라인의 강화를 통해서 원격교육이 지역적 스케일에서는 지역혁신체계를 공고이하고, 국가 스케일에서는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하는 정책의 수단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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