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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초침이 시간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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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초침이 시간을 움직인다.

한 여름 삼복지간(三伏之間)이다.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먹구름이 끼는 날에도 그 사이를 뚫는 뙤약볕에 머리가 벗어질 정도다. 이런 날은 그저 피하는 게 상책이다. 고추밭은 이른 아침이나 해름참이 좋고 시원한 정자에 앉아 수박을 썰거나 냇가에서 발을 담그는 것이 최고다. 하지만 이도 다 때가 있다. 벌써 가을을 부르는 새털구름이 비치기 시작한다. 중복(中伏)과 대서(大暑)가 지났다는 자연의 소리다.

이렇게 7월이 가고 있다. 내게는 다른 출근길의 시작이었고 계획한 열 달의 하나였다. 당초 목표를 이루었는지 부족했는지는 모르겠다. 혹여 미약했다면 높이 날고 멀리 뛰는 도약을 위한 준비라고 해야겠다. 다음 달이면 입추(立秋)가 오고 말복(末伏)이 이어진다. 바람의 색깔도 갈바람으로 서쪽에서 상큼하게 불어오게 될 거다. 이렇게 지나는 시간이지만 마치 내가 숨을 쉬는 것처럼 채각거리는 초침이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전동호 (전)전남도청 건설교통국장

이를 어느 가수는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라고 했다. 내게는 ‘일 년 삼백육십오일 동안 우린 멋진...’파트너의 연속이었다. 그 하루하루가 1년으로 곧 60해를 채울 채비다. 그런데 나보다 한 세대를 더하고도 평생 소망을 꼿꼿이 실천하고 계시는 분이 있다.

구십여 년을 쓴 허리지만 보청기를 끼지 않아도 들을 수 있고 돋보기를 쓰지 않아도 휴대폰 문자를 보는데 지장이 없다. 무릎은 소리가 나지 않고 고향 길 열차표도 손수 예매한다. 예전 같진 않다 하시면서도 정리정돈만큼은 스스로 학창시절 목표를 이루며 오래 전에 공직을 잘 마무리했고 그 시절 꿈꾸던 시인이 돼서 최근엔 ‘내 마음의 부싯돌’ 시집을 또 냈다. 늘 절제와 겸손, 긍정적인 생각과 신념이 지금을 만들었다고 하신다.

하루 86,400초를 헛되이 하지마라, 성내지 마라, 회피하지 마라, 안 된다고 하지 마라. 그리고 꾸준히 해라, 길게 봐라, 관계를 잘 유지해라, 늘 바르게 살아라는 말씀이 점심부터 커피숍까지 5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어릴 적 은혜를 입은 주학(籌學) 선생님을 기억하고, 입산했던 친구의 일자리 챙겨주기, 찾아오는 사람은 그냥 보내지 않았고 부탁은 들어주고 해결하기 등 숱한 일화가 많다. 현역이던 내게도 점심을 몇 번이고 사주셨다.

아직도 국가, 지역, 문중 일까지 이루고픈 소망이 많은 분이다. 기회가 오면 잡아라, 능력껏 도와라, 많이 들어라고 하신다. 시작과 끝은 하나라며 ...어느새 출발 지점 다시... 겨루어야 할 일도 안개 속 헤매야 할 일도 의자 다툼마저 이제 없다... 오래 끼고 다녔던 색안경이 사라지고 산과 들, 사람, 정치 뜨락도 있는 그대로 보이는구나.’ 2019년 시집 ‘원점에 서서’에 담긴 인생 이야기다. 진솔한 소회다.

지금도 날마다 새롭다는 분이다. 그래서 호(號)가 취석(翠石)이 된 끊임없는 생각의 원천이다. 내게도 蓬生麻中(봉생마중),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가 되었다. 생각은 순간이고 기억은 짧아져가니, 그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누가 무슨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실천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당신의 세월을 존경합니다. 모든 순간, 모든 날을 응원할게요.’가족의 성원도 받았다.

다른 메시지도 있었다. 나만의 철학을 가지고 정진하라, 깜깜한 밤, 자신을 사르며 다른 이들을 환하게 인도해줄 촛불 같은 사람이 돼라.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과 함께 다시 시작하라. 다가올 미래가 어떤 모습일진 모르지만 고마운 일들로 가득하길...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이 일치하는 순간 너는 행복할 것이라며 관찰(Observe), 설정(Orient), 결정(Decide), 행동(Act)하는 우다(OODA) 전략을 잘 세우라고 한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소리다. 여전히 초침이 시간을 움직이고 있다. 아직 복달임이 남았다.

(약력)▲ 영암군 서호면출신 ▲광양청 개발부장 ▲전남개발공사 개발본부장 ▲여수시 건설교통국장▲전라남도 건설교통국장▲전라남도 이사관 명예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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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성

프레시안 광주전남취재본부 위정성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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