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민법에 동물 조항을 넣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8월 30일까지 국민 의견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동물권 차원을 넘어서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의 관점에서 동물 조항을 볼 필요가 있다. (참고: 동물조항 입법예고 국민참여입법센터)
먼저, 입법예고된 조항의 1항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이 물건 조항을 두는 이유는 물권, 대표적으로 소유권이라는 권리의 객체가 물건이기 때문이다. 소유권이란 소유물을 사용 수익 처분할 권리이다. 이러한 소유권의 객체가 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물건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번 입법예고 1항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고 규정한 의미는 동물에 대하여 물권이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동물은 소유권의 대상이 아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법무부의 입법예고에는 반전이 있다. 2항에 다른 법률의 규정이 없으면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했다. 이 의미는 무엇일까?
먼저 준용이란 그 본질적 성격이 비슷한 경우 가져다 쓰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형사소송법은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 시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다고 알려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긴급 체포나 현행범 체포의 경우에도 가져다 쓰는 것이 준용이다. 그러니까 본질적 성격이나 취지가 비슷한 경우 가져다 쓰는 것이 준용이다.
법무부의 민법 동물조항이 1항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고 해 놓곤, 바로 이어 2항에서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한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법적 결과에서도 모순이다. 동물에 대하여 결국 물건에 관한 기존 민법 규정을 준용하기 때문에 결국 물건에 대한 소유권 규정이 동물에게도 미친다. 동물이 기존 소유권의 객체가 되는 점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이번 법무부의 민법 동물 조항은 동물생명보험을 마련하려는 보험회사를 제외한다면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
오늘 동물에 대한 권리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기후 위기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동물을 소유자의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는 생각과 그러한 제도가 부자나라들의 지나친 육식을 지탱하고 있다.
2019년 유엔 기후 위기 보고서는 육식을 줄이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하다고 했다. 부자나라의 육식을 위하여 아마존의 숲이 없어지고 있다고 했다. 많은 과학자들이 부자나라에서 고기를 덜 먹어야 숲과 땅을 지키고 기후 재앙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프랑스가 오늘 막, 학교 급식에서 일주일에 한 번은 완전 채식 식단을 제공하게 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프랑스 법을 보면 2023년부터 이 주 1회 학교 급식 채식 식단을 시행하도록 했다. 이 프랑스 법의 목적이 바로 기후위기 대응이다.
그래서 민법의 동물 조항이 중요하다. 법무부 안처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규정하려면 이러한 원칙에 부합하게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권리를 민법에서 창설할 필요가 있다. 동물을 기를 권리라는 새로운 형태의 권리를 창설하고 동물에 대한 소유권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 대안에서는 동물은 명실상부하게 물건이 아니며 소유권의 객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동물에 대한 권리라는 별도의 새로운 형태와 내용의 권리를 민법에서 창설하는 것이다.
두 번째 대안은 현재와 같이 소유권의 대상으로 인정하되, 동물에 대한 소유권의 내용을 민법에서 직접 큰 폭으로 제한하는 방법이다. 동물에 대한 권리를 새로 창설하는 대신, 동물에 대한 소유권의 내용에서 동물의 생명과 건강을 침해할 권리를 민법에서 원천적으로 제외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동물 소유자는 단지 소유자라는 명목으로 동물에 대한 처분의 자유를 주장할 수 없다. 다만 이 때에도, 축산업을 위한 특례를 구체적으로 범위와 한계를 정해서 예외 사항으로 둘 수 있다. 이 대안을 담은 것이 아래 개정안이다.
민법 제211조의 2 (동물에 대한 소유권) 동물을 소유한 자는 동물의 생명과 건강을 침해하지 못한다. 다만 법률에서 따로 그 대상과 방식을 제한하여 구체적으로 정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동물의 소유자는 동물의 신체활동으로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성실하게 관리하여야 한다.
어느 대안을 선택하든 동물을 보는 기존의 관점과 관행을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지금의 기후 위기는 동물에 대한 기존의 접근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우리가 우리의 아이들,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쁘지 않은 기후와 지구를 물려 주려면, 부자나라들부터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은 부자나라이고 선진국이다.
송기호 변호사는 동물권 행동 카라의 초대 감사를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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