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강제퇴거 위기에 처한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 조건부 대책을 내놓은 데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28일 "법무부의 구제대책은 그 대상과 운영기간이 제한적이라 인권위의 권고 취지를 수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3월 법무부에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무조건적인 강제퇴거를 중단하고 체류자격을 심사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이에 법무부는 올 4월 "2025년 2월까지 국내에서 태어난 불법체류 아동에 대해 조건부 구제대책을 시행"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법무부의 구제대책은 그 대상을 국내에서 출생해 15년 이상 국내에서 체류하고 초등학교를 졸업한 미등록 이주아동으로 제한했다"면서 "2만 명 추산 미등록 이주아동 중 500명 이하의 소수의 미등록 이주아동만 구제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미등록 이주아동 중에는 영유아기에 입국한 이들이 다수 존재"며 "이들은 본인의 선택이 아닌 부모에 의해 한국에 살게 되었다는 점, 한국의 공교육을 이수하며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었다는 점, 모국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본국에 어떠한 유대 관계도 없어, 본국으로 가게 되면 적응이 어렵다는 점 등에서 국내출생 미등록 이주아동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짚었다.
인권위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체류자격 없이 국내에서 출생한 외국인으로 2019년 당시 법무부 지침에 따라 강제퇴거 대상이었으나 고등학교 졸업시까지 강제퇴거가 유예된 상태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강제퇴거 및 5년간 국내 입국이 금지된다.
이에 인권위는 "미등록 체류의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지 않다는 점이 자명하다"면서 "피해자들은 국내 출생 이후, 국내에 체류하면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등 사회적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고 짚었다. 피해자들이 "본국에 가본 적 없고 한국어만 할 줄 아는 등 본국과의 관계가 단절된 점"도 중요하게 봤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2017년 미등록 이주아동이 체류자격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각국에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법무부 대책에 대해 "우리나라의 초·중·고 교육기간이 12년이라는 점, 아동 발달이론에서 정체성 형성 시기를 12세부터 18세까지의 청소년기로 보고 있는 점,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체류권을 부여하는 해외 사례에서 장기체류의 판단 기준이 짧게는 4년에서 길어도 10년이라는 점" 등에 비춰 "법무부 구제대책의 대상 기준은 지나치게 축소됐다"고 봤다.
또 이 구제대책이 약 4년만 한시적으로 시행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시행기간 종료 후에는 체류자격 부여 기회를 갖지 못하는 아동들이 발생하게 된다"며 "특히 다자녀 가정의 경우 국내출생 여부, 나이, 국내 체류기간, 시행기간의 한시성 등으로 인해 형제자매 사이에서도 체류자격 부여의 기회를 달리 갖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무부가 피해자들의 강제퇴거 명령을 결정할 권한이 있으나, 피해자들의 강제퇴거 명령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오로지 한국에서만 사회적 기반을 형성한 피해자들이 입게 되는 개인적 불이익이 더 클 것이 확실히 예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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