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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찧다’와 ‘찢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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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찧다’와 ‘찢다’

경기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중등교사로 14년을 서울에서 근무하다가 충남으로 이사했다. 경기도에도 사투리가 있어서 서울에서 약간의 촌놈(?)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심하지는 않았다. 단지 문화의 차이가 있었을 따름이었지만 당시는 누구나 다 못살던 시절이라 언어에 관해서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각자의 삶에만 충실했다. 우리 고향의 사투리를 예로 들자면 가장 심한 것이 ‘씻다’라는 동사이다. 원래는 규칙동사인데 우리 고향에서는 ‘ㅅ’탈락현상을 적용했다. 그래서 “손 좀 씻어라.”를 “손 좀 씨어라.”라고 발음했다. 우리는 “손 씨어!”가 늘 귀에 익었지만 서울에서는 안 통했다. 다시 충청도에 오니 “씻거라(손 씻거!), 씻쳐라(손 좀 씨치라니까!)”로 발음이 바뀌고 있었다. ‘빻다’를 ‘빵구다’라고 하기도 하고, ‘돌’을 ‘독’이라고 발음하기도 했다.

아주 심하게 잘못 발음하는 것 중의 하나가 ‘찧다’이다. 그리고 ‘찢다’와 구분이 어려웠다. 우선 ‘찧다’는 “잘게 부수거나 가루로 만들기 위해 절구통이나 확에 넣고 공이로 내리치다.”라는 뜻이다. 발음은 [찌타]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오니 ‘ㅎ’음의 발음이 없어지고 [찌서]라고 하는 것을 많이 들었다. ‘찧어’는 [찌어]라고 발음해야 한다. 우리말에서 종성에 ‘ㅎ’이 오면 뒷말이 자음이면 거센소리로 발음하고, 모음이 오면 ‘ㅎ’이 탈락하고 그냥 무음으로 발음한다. 과거에 우효광이라는 중국 배우가 우리말을 할 때 항상 [조하]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좋아’는 ‘ㅎ’이 탈락하기 때문에 [조아]라고 발음해야 함에도 그는 항상 [조하]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막도 그렇게 표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찧다’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뒤에 자음이 오면 거센소리로 발음하여 [찧다=>찌타]로 발음하고, 뒤에 모음이 오면 [찧어=>찌어]로 발음해야 한다. 그래서 발음교육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발음을 잘못하면 의미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필자가 중국어를 하면 중국학생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과 같다. 우리말은 높낮이가 없어서 보통 평성로 발음하는데, 중국어는 평상거입(平上去入)이라는 네 가지의 성조로 발음하니 필자에게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찢다’는 “잡아당기거나 힘을 가하여 갈라지게 하다.”라는 뜻이다. 이 단어와 ‘찧다’는 발음상 확실한 차이가 있다. 앞의 것(찢다)은 [찌따]이고 뒤의 것(찧다)은 [찌타]라고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발음하고 있음을 본다. ‘찢다’의 예문으로는

나는 책상 정리를 하면서 필요 없는 서류들을 하나하나 찢어서 휴지통에 버렸다.

그들 형제는 왕국의 영토를 남북으로 찢어서 각기 다스리기로 했다.

(<다음사전>에서 재인용)

충청도에서는 ‘빻다’를 ‘빵구다’라고 지역 특색있게 발음하는 것처럼 ‘찧다’도 [찌서]라고 발음하는 사람들이 있다. 좁은 나라인데 쉬운 단어조차도 서로 다르게 발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향토적이고 토속적이라고 그대로 두자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라에 헌법이 있듯이 국어에도 한글 맞춤법이라는 것이 있다. 가능하면 공통된 발음으로 하는 것이 편하고 좋기 때문이다. 표준어는 시대에 따라 다르다. 아마 신라시대에는 경주 방언이 표준어였을 것이고, 고려시대에는 개성방언이 표준어였을 것이다. 임금이 하는 말이 표준어라고 본다면 그렇게 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므로 향가는 경주말로 풀어야 하고, 보현십원가는 개성말로 풀어야 한다. 별 것이 아닌 발음의 차이가 의미를 다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서 가능하면 바른 발음을 하는 것이 모두에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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