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상원이 13일(현지시간) 향후 10년간 3조5000억 달러(약 4000조 원)에 달하는 인프라 예산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밤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상원 예산위원회는 의료보험 혜택을 확대하고 연방 차원의 사회 안전망 프로그램을 강화하며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안 추진에 조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예산안이 통과될 경우,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가족 계획'을 통해 제안한 2년 과정의 커뮤니티 대학 학비 지원, 유급 보건 휴가, 자녀세액 공제 확대 등과 관련된 예산의 상당 부분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당 내 진보진영에서 강력하게 주장해 온 의료보험 혜택 확대 등도 포함됐다.
당초 6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안을 주장해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 무소속)도 이 합의안에 대해 "대단하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샌더스는 "대공황 이후 통과된 법안 중 가장 중요한 법안 중 하나"이라며 "(통과 되기까지) 아직 많은 일이 남았지만 이 예산안 합의에 도움이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예산안 통과 여부는 상원에서 표결로 판가름 난다. 현재 상원 의석수는 민주당 50석, 공화당 50석으로 동률이지만 부통령(카멀라 해리스)이 상원의장을 겸직하므로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소수당이 표결 진행을 방해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60명 이하의 의원들이 찬성하는 법안에 대해 적용 가능) 제도가 있지만, 이 예산안은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산위원장인 버니 샌더스가 '조정권'을 이용해 특정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 의원 전원이 찬성하게 되면 이번 예산안은 공화당 찬성 여부와 무관하게 통과될 전망이다.
공화당은 만약 민주당이 단독으로 인프라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선택을 할 경우, 향후 상원에서 바이든 정부의 인사나 법안 통과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조 멘친 등 민주당내 보수파 설득이 주요 관건
민주당 상원의원 중 노골적으로 바이든 정부 정책에 발목을 잡아왔던 조 멘친(웨스트버지니아), 크리스틴 시네마(애리조나) 등 보수 성향 의원들의 입장이 중요하다. 멘친 의원은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예산안에 대해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상원의원 전원과 비공개 오찬을 갖고 이번 예산안 통과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할 예정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이 예산안에 대해 "현재 대통령의 우선 순위에 부합한다"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멘친은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더 자세히 알아본 뒤 최종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시네마 의원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이다.
한편, 이 예산안이 통과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당초 주장하던 인프라 예산(4조 달러)의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반대로 인프라 예산 통과가 어려움에 직면하자 예산안을 둘로 쪼개어 기반시설 건설과 관련된 예산안(1조 달러)과 이번에 인적자원과 관련된 예산안(3조5000억 달러)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3.5조 달러 규모의 예산안까지 통과될 경우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이래로 미국이 추구하던 '작은 정부'의 방향을 수정하는 노선 전환을 의미한다고 보여진다.
바이든 정부 내에서도 이런 정책 방향을 대공황을 치유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에 비유하기도 했다. 샌더스 의원이 이번 합의안을 "대공황 이후 가장 중요한 법안"에 비유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 예산안을 8월 의회 휴회 전에 통과시키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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