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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써비스(service)’와 ‘스텐(s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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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써비스(service)’와 ‘스텐(stain)’

80년 대의 아재 개그부터 시작해 보자.

교사 : 학생 여러분! 군만두가 영어로 뭔지 아시나요?

학생 : ????

교사 : 군만두는 영어로 “써비스”라고 합니다.

학생들 : 우하하하하

실제로 필자가 예전에 수업시간에 많이 써 먹은 아재 개그다. 미국에서는 전혀 쓰지 않는 말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이상하게 바뀐 것들이 많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써비스’가 아닐까 한다. 공짜로 주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때로는 덤으로 주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덤은 좀 없슈?”라고 하면, 판매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조금 더 주었다. 그것을 덤이라고 하는데, 중국집(이것도 이상하다. 중국음식점이라고 하지 않고 꼭 중국집이라고 한다. 일식집은 일본집이라고 하지 않는다.)에 짜장면, 짬뽕, 탕수육 등을 주문하면 의례 군만두를 덤으로 더 가지고 왔다. 그래서 군만두를 “써비스”라 부르게 되었다. 사실은 군만두도 아니고 기름에 튀긴 만두(흔히 야끼 만두라고 했다)였는데, 그것도 이상하게 군만두로 변신했다. 공짜로 가져다 주는 것이면 영어로 ‘free’라고 해야 맞는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 와서 영어가 한국식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파이팅(fighting)= [싸우는]이라는 형용사’이 일상 용어가 되어 미국으로 수출(?)되는 기현상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참으로 놀라운 한국인들이다. 요즘 인터넷 상에서는 ‘홧팅’이라고 쓴다. 줄이기도 잘하고 변형시키기도 잘하는데 원어의 의미와 너무 멀어진 것이 탈이다. 그래서 영어도 아니고 우리말도 아닌 어정쩡한 단어가 되고 있는 것들이 지나치게 많다.

그 중 하나가 ‘스텐(stain)’이다. 어려서 어머니에게도 많이 들었고, 주변의 어른들에게 무지하게 많은 들어왔던 단어가 바로 스텐 제품이다.

어머니 : 야! 꼭 스텐으로 사 와. 녹 안 쓰는 거야.

나 : 예, 어머니

나(점원에게) : 스텐 냄비 하나 주세요.

점원 : 예, 스텐 냄비 여기 있습니다.

여기서 스텐(stain)은 ‘스테인리스(stailess)’를 말한다. 스텐은 본래 “변색되다, 얼룩지다, 녹슬다”라는 뜻인데, 우리는 뒤집어서 ‘녹슬지 않는 것’의 의미로 사용해 왔다. 제대로 표현하려면 ‘stainless still(녹슬지 않는 쇠)’이라고 써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슬지 않는 강철’이란 말을 ‘녹’이라는 단어에 함축시키고 있으니 얼마나 축약을 잘하는 민족인가?

사전을 찾아보면 스텐이라는 단어는 “1. '스테인리스강(stainless鋼)'의 비표준어 2. 스테인리스강(stainless鋼)(니켈, 크롬 등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쉽게 녹슬지 않는 강철)”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니 비표준어이기는 하지만 일반인들은 거의 모두 ‘녹슬지 않는 강철’이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어 사전에는 틀림없이 “a soiled or discolored appearance”라고 되어 있으니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스텐과는 정반대의 의미임을 알 수 있다. 우리말 중에 외래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적당한 한국어가 없을 때 외국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말 한다. 텔레비전, 오디오, 컴퓨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외국어는 글자 그대로 외국 말이다. 우리나라에 없는 단어를 외국어로 그대로 쓰려면 바른 표기나 의미에 맞는 것으로 써야 한다. 말도 안 되는 것을 단순한 지식으로 줄여 쓰거나 함부로 쓰다 보면 정말로 국적 없는 단어만 양산하게 되니 지금이라도 바르지 않은 표현이나 표기는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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