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법의학교실 이호 교수가 죽음에는 분명히 교훈이 있다는 점을 들면서 가장 작성하기 어려운 부검감정서로 '아이들의 것'을 꼽았다.
이호 교수는 전날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여름방학 특집 광클 수업편에 출연해 죽음을 허투루 보내선 절대로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북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부검을 도맡고 있는 그는 부검 자체에 대한 어려움보다는 부검을 마친 뒤 그 감정서를 작성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들면서 과거 한 사건에서 한 아이의 살아생전 심리를 간과한 부분을 소개한 이야기에 모두를 반성하게 했다.
그가 이날 방송에서 소개한 사건은 5학년 초등학생의 죽음과 관련된 것으로 이 아이의 부모도 모두 함께 세상을 떠난 가슴아픈 사연이었다.
"운명의 끈이 얼마까지인지 모르지만 이보다 더 길었을 거라 생각하니 안타깝다"는 말로 입을 연 그는 아이가 방의 벽에 적어둔 동시 속에 숨어져 있던 도움을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것 뿐만 아니라 그저 아름다운 동시라고 여긴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교훈을 되새김질 했다.
그의 말을 이어가보면 학교를 며칠 나오지 않던 아이를 수소문하던 담임교사가 신고하면서 죽음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밝혀진 사건이다.
문 밖에 신문과 우유가 쌓여있던 집에 들어가보니 안방에 아이의 엄마가 흉기에 찔려 사망해 부패된 채로 방치돼 있었고, 화장실에는 아이의 아빠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상태로 발견됐다.
그리고 방 한쪽 벽면에는 이 아이가 적어놓은 것으로 보이는 동시가 적혀있었는데, 그 내용은 바로 이러했다고 한다.
이호 교수는 이 동시의 내용을 접한 뒤 참 아름다운 싯구라는 생각했지만, 그 짧은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인 선배가 말하길 그 시는 SOS(구조)를 보내는 하나의 신호였다는 것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이 아이가 생존 당시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부모와의 갈등을 바로 동시에 녹여낸 것이었음을.
이호 교수는 아이의 죽음에서 전달받았던 교훈을 전한다.
한편 임실 출신인 이호 교수는 전라고등학교와 전북대 의대를 나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과 법의관과 대검찰청 법의학자문위원회 자문위원, 대한법의학회 학술이사 등을 역임한데 이어 현재 경찰청 과학수사 자문위원과 대한법의학회 편집위원장, 전북대 의대 법의학 교실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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