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청소노동자 이모 씨 유족과 노동조합은 고인이 평소 각종 직장갑질에 시달렸다며 학교 측에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유족과 함께 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에서 '청소노동자 이모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을 "고인의 사망원인은 학교 측의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이모 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모 씨 가족은 퇴근 시간이 지났지만 귀가하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자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민주일반노조가 주장한 내용에 따르면, 이 씨 등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에 대한 직장 갑질이 시작된 것은 지난달 1일 안전관리팀장 A씨가 새로 부임하면서였다.
부임 뒤 A씨는 청소노동자의 근무 질서를 잡기 위해 미화팀 업무회의를 만들고 참석 복장도 지시했다. '남성 직원은 정장 또는 남방에 멋진 구두를 신고 가장 멋진 모습', '여성 직원은 회의 자리에 맞게 최대한 멋진 모습' 등이었다. 작업복을 입고 회의에 참석한 청소노동자에게 평가점수를 1점 감점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두 번째 회의에서 A씨는 청소노동자에게 시험을 보게 했다. 여기에는 '조직의 정확한 명칭', '기숙사 개관 연도', '특정 건물의 준공 연도', '학부 동에 해당 하는 건물' 등에 대한 질문이 포함됐다. 시험 뒤에는 채점을 해 나눠주고 '누가 몇 점 맞았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청소노동자들이 제초작업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A씨가 '평일 근무시간을 매일 한 시간씩 줄여 남은 인건비로 제초 작업을 외주주겠다'고 한 일도 있었다.
지난달 21일에는 서울대 기숙사 측이 '행정실장, 부장, 팀장 등 3, 4명의 팀을 구성해 청소 상태 검열을 하겠다'고 공지했다. 민주일반노조는 "고인은 평소 100리터 쓰레기 봉투를 매일 6~7개 날라야 하는 건물에서 일해 작업량이 많아 힘들다고 호소했다"며 "청소 검열 준비로 작업 강도 증가는 물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씨의 남편은 "아내는 이 땅에서 떠났지만 아내의 동료들이 이런 기막힌 상황에서 일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자리에 섰다"며 "노동자는 적이 아니다. 강압적인 태도로 노동자를 대하지 말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달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 씨 사망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