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세계 최대 영화 축제 칸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단 앞에는 '처음'이라는 표현이 따라다닌다.
올해로 74회를 맞이하는 칸 영화제가 미국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를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 자리에 앉히면서 최초 흑인 위원장이 탄생했다.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리 감독은 지난해 심사위원장으로 선정됐지만, 코로나19 탓에 영화제 자체가 열리지 못해 올해 칸을 찾았다.
미국 배우 윌 스미스가 2017년, 미국 영화감독 에바 두버네이가 2018년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으나 심사위원장을 흑인 영화인이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 감독은 이날 오후 '팔레 데 페스티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칸 영화제가 새로운 역사를 쓰는 와중에도 바깥에는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에릭 가너, 조지 플로이드가 살해당하고 린치당하는 것을 볼 때 나는 '라디오 라힘'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라디오 라힘은 미국 뉴욕 할렘가를 배경으로 하는 리 감독의 영화 '똑바로 살아라'(1989)에서 경찰에 살해당하는 흑인 청년이다.
리 감독은 "망할 30년 이상은 지나야 흑인이 동물처럼 뒤쫓기는 일이 중단되리라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경쟁 부문에 오른 24편의 영화를 심사하고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결정할 심사위원단은 리 감독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성별로 나눠보면 여성 심사위원이 5명으로 남성보다 많은데 심사위원단 다수를 여성이 차지한 것도 칸 영화제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 심사위원으로는 '리스본행 야간열차', '나우 유 씨 미: 미술사기단'의 프랑스 배우이자 감독인 멜라니 로랑, '나의 작은 시인에게', '프랭크'의 미국 배우 매기 질런홀이 있다.
세네갈 출신의 감독 마티 디옵, 캐나다·프랑스 출신 가수 밀렌느 파르메르, 오스트리아 감독 제시카 하우스너도 심사위원으로 함께한다.
심사위원단 성별 비율이 이렇게 달라진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자 매기 질런홀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매기 질런홀은 "매우 남성적인 문화 속에서도 남성과 여성이 영화를 다르게 만들고, 이야기를 다르게 풀어나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성과 여성은 영화도 다르게 만들고, 소설과 가사도 다르게 쓴다"며 "이러한 새로운 구성과 시선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제시카 하우스너 감독은 매기 질런홀의 답변에 "모두 동의한다"면서 1950년대 처음 여성 버스 운전사가 등장했을 때 일부 승객이 무섭다며 하차한 일화를 소개했다.
하우스너 감독은 "70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여전히 우리 머릿속에는 버스 승객들이 가졌던 두려움이 남아있다"며 "이러한 편견이 점점 더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2019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영화 '기생충'의 주연 배우 송강호도 이번 영화제 심사위원단으로 합류했다.
한국 영화인이 칸 영화제 심사위원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1994년 신상옥 감독, 2009년 '밀양'의 이창동 감독, 2014년 배우 전도연, 2017년 박찬욱 감독 이후 다섯 번째다.
송강호는 "팬데믹이 너무나 위협적이어서 올해도 (영화제 개최를)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기적과 같이 이렇게 모여 인사드리게 돼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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