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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코로나 19 방역 협력? 비타민도 못보내는데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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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코로나 19 방역 협력? 비타민도 못보내는데 가능한가

[2021 평화통일시민강좌 퇴근 후 학교] 엄주현 (사)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처장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2021평화통일시민강좌 퇴근 후 학교'를 연재합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는 평화통일시민강좌는 북한바로알기, 평화와 통일의 걸림돌, 통일방법론을 주제로 4월 15일부터 12월 16일까지 매월 세번째주 목요일 저녁 7시반, 6.15남북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회의실에서 진행됩니다.

아래는 지난 6월 17일 "북한의 의료현황과 남북의료 교류"를 주제로 진행된 엄주현 (사)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처장 강의의 주요 내용입니다.

정성과 평등의 의료인

북측의 보건의료현장은 '정성의 의료인'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북측 의사선생님들의 명찰을 보면 직급의 높고 낮음 없이 '정성'이 적힌 명찰을 달고 있습니다.

방북 당시 뢴트겐(엑스레이) 의사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북측의 엑스레이 촬영 기계는 차폐장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그 선생께 너무 위험하다고 말씀을 드리니 "그것이 나의 역할입니다"라고 하시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대북지원단체들이 방북을 하면 길어야 3박 4일 있게 되는데 중국을 통해서 갔기 때문에 실제 북측에서 일할 수 시간은 더 짧습니다. 의료장비를 지원할 때 영어로 된 두꺼운 설명서도 함께 전달하는데요, 그러면 의사선생들이 그 설명서를 밤새 읽고 와서 다음날 남측인사들에게 와서 질문합니다.

남측 인사들은 그 정성이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북측의 병원을 개보수 할 때 우리는 당연히 건설 노동자가 현장에 와서 일하리라 생각했는데 북측은 의료인들이 직접 현장에 나와서 건설 노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2018년 방북하여 장천리인민병원을 방문했는데 병원 앞 텃밭에서 약초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약초를 직접 재배하여 약을 만들어 인민들에게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죠. 북은 고려의학을 단순히 건강개선이나 보약처럼 양의학의 보조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고려의학으로 항생제, 진통제, 항암제를 대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엄주현 (사)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처장 ⓒ평화통일시민행동

타미플루를 받기 위해 개성까지 나와있었던 북측 선생들

1995년 북측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시작된 이후로 1996년부터 남측의 많은 민간단체가 대북지원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 전후로 하여 북측에 대한 긴급구호성 지원 사업은 개별협력사업으로 전환되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북측에서 먼저 자신들이 직접 생산을 할 테니 생산설비를 달라고 했습니다.

2012년 김정은시대 이후 북측의 의료현황과 남북교류사업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2014년 드레스덴 선언 이후 북측이 남측에 보낸 서신에 "남측 당국이 그 누구의 고통이니 배고픔이니 취약계층 지원이니 하면서 우리를 심히 자극하고 있다. 더 이상 남측 당국의 이러한 불순한 목적에 순수한 인도적 협력사업이 농락되면 안된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앞으로 남측의 인도적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2018년 4.27선언의 실천적 대책들을 합의했던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은 첫째 군사적 문제, 둘째는 교류와 협력 증대를 이야기하고 네 번째로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한다고 합의했습니다.

이전에는 전염성 질병에 관해 이렇게 구체적으로 들어간 적이 없었습니다. 북측은 국제기구에 말라리아나 결핵 관련 지원요청을 한 적은 있지만 남측에 요청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 평양선언에 들어갔던 거죠.

이후 2018년 11월 북측의 보건성과 남측의 복지부가 만나 남북보건의료분과회담을 개최했습니다. 12월 국장급 실무회담을 통해서 인플루엔자 정보를 시범교환하고 남측이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타미플루는 대북제재와 관련하여 승인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개성 육로를 통해 타미플루를 싣고 갈 트럭이 유엔제재에 걸린다며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북측의 선생들이 2019년 1월에 개성까지 와서 기다리다 그냥 돌아갔습니다.

이때 남측의 대응이 달랐다면 2020년 대대적 전염성 질환인 코로나19와 관련한 공동방역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문재인정부가 끊임없이 공동방역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개성까지 나와 있었던 북측의 선생들이 빈손으로 돌아가며 신뢰는 깨져버렸습니다.

발전하고 있는 북측의 보건의료

(사)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는 2018년 북측에 의약품 22종을 지원하고 모니터링을 위해 11월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방문지가 대부분 보건의료시설이었는데 우리 단체가 보건의료전문단체라서 보건의료기관을 방문한 것도 있지만 북측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랑할 만한 시설이 보건의료시설이기도 합니다.

북은 정말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전기도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상점에 여러 종류의 상품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의료용품의 종류도 많아졌고 전국 각지의 제약회사에서 만든 약들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정성제약공장을 방문하면 생산하는 장소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이제 북측도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를 도입하여 나름대로 국가 규격을 맞추고 있으므로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현재의 북측보건의료 현황이 과거보다 월등히 나아졌다는 것은 여러 자료들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영아 사망률, 신생아 사망률, 5세 미만 아동 사망률 모두 2000년대 들어 낮아지고 있습니다.

모성사망비나 기대수명도 호전되고 있는데요, 북은 세계은행 기준으로 보면 1인당 GDP가 2000달러 미만인 저소득국가로 분류되지만 2020년 기대수명이 73세로 전 세계 평균 수준입니다.

1인당 GDP가 1만 달러 이상이면서 기대수명이 70세 미만인 나라와 GDP가 2000달러 미만이면서 기대수명이 70세 이상인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북의 사회주의 보건의료 체계의 결과입니다.

감염성 질환이나 모성 및 아동영양 질환의 개선은 두드러지나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비감염성 질환은 좀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남과 북 모두 비감염성 질환이 많은데 이것은 전반적 보건의료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해결될 수 있는 것입니다. 경제성장이 동반되어야 해결할 수 있으며 인도적 지원 찔끔 받아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먼 거리 의료 봉사 체계

북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 평양산원 유선종양연구소, 대성산종합병원(인민군대병원), 옥류아동병원, 유경치과병원, 유경안과병원을 개원하며 무상치료제를 정상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먼 거리 의료 봉사 체계'를 수립하여 인민에 대한 의료봉사가 개선되고 있습니다. 옥류아동병원에는 먼 거리 의료 봉사실이 따로 있습니다.

북은 9개 도와 평양직할시, 남포, 개성 특별시에 소아병원과 산원이 다 있는데 TV를 통해 각 도와 특별시의 소아병원을 연계하여 화상으로 의료관련 협의를 하거나 지방의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원격으로 평양에 있는 수술실을 보여주면서 교육을 하기도 합니다. 노동신문에는 먼 거리 의료 봉사 체계의 활용 예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함경북도 인민병원 의료진이 계속 고열에 시달리는 노동자에 대해 확진을 못하고 있었고 중앙급 병원으로 파송하기에는 상태가 위중했다. 아무리 봐도 경험이 없으니 치료대책이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평양의 복부외과 부분의 유능한 의료진과 원거리 협의를 진행하여 5일 만에 회복됐다."

가가호호 방문하는 의사들

북은 1차 리인민병원, 종합진료소, 리·동 진료소가 있고 2차 시·군·구역 인민병원, 3차 도인민병원, 4차 평양의 종합병원이 있고 치료가 안되는 환자들을 상급으로 이송하는 체계입니다. 그래서 평양은 살만한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평양으로 보건의료 물자를 지원하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평양의 병원들은 정말 고치기 어려운 사람들이 와서 진료를 보는 곳입니다.

(사)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는 2018년 방북하여 장천남새전문협동농장과 장천리인민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이곳은 인구 3000명 규모의 협동농장으로 10여 명의 호 담당 의사들이 있습니다. 호 담당 의사제도는 장천리뿐만 아니라 모든 곳이 동일합니다.

장천리인민병원은 산부인과, 소아과, 내과, 치과, 외과가 있고 각 가구별 병원진단서가 병원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이 자료를 보면 어떤 가구에 어떤 사람이 출생부터 현재까지 어떠한 질병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주할 때마다 이 진단서를 가지고 다닙니다. 진단서를 리 인민병원에 보관하면서 호 담당 의사들이 주치의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면 단순히 치료만 받는 것이 아니라 위생선전을 엄청 받습니다.

북은 환자가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환자를 찾아오는 서비스입니다. 리 병원에서 낫지 않으면 상위 단위 병원으로 가기 때문에 리 병원에는 입원 시설이 별로 없습니다.

북은 예방의학입니다. 남측처럼 아파서 치료하는 경우는 비용이 훨씬 많이 듭니다. 예방의학은 아프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고 이것이 비용도 덜 듭니다. 호 담당 의사들이 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냥 동네 아줌마 아저씨와 같은 존재들입니다. 오전에는 진료를 보고 오후에는 구역에 나가 호별방문하며 인민들을 봅니다. 의사들은 모두 공무원입니다.

무상치료제의 정상화

북은 무상치료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노동자 농민들이 직업노동의 양과 질에 관계없이 치료비를 국가가 부담하고 외래 환자 포함해서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주는 모든 약은 무료입니다. 진료가 아닌 개인이 필요한 약들을 약국에 가서 돈을 내고 살수도 있습니다.

진찰, 실험검사, 치료, 출산비용, 건강검진, 건강상담, 예방접종 등이 무료이며 왕복여비까지 제공합니다. 기업이나 공장에도 진료소가 현장에 있기 때문에 수시로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의료봉사체계가 이중삼중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북의 보건의료 지표가 계속 좋아졌던 것입니다.

코로나 19 물자 대북지원? 비타민C조차 보내지 못하는데....

2017년 12월의 대북유엔결의 2397호는 정말 막강한 제재입니다. 2018년 (사)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가 해열 진통제, 영양제 등 기본적 의약품 22종을 북에 보낼 때 승인받는 데만 3개월이 걸렸습니다. 이 물자 하나하나에 대해 이것이 전략물자인지, 유엔제재 물자인지, 국내 제재 워치리스트(Watch List)인지 하나하나 다 체크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로 물자를 보낼 때 워치리스트에 해당물자가 떠서 결국 보내지 못했는데 그 해당물자가 바로 비오비타나 비타민C였습니다. 통일부 직원에게 이것이 왜 안되냐고 물어보니 핵물질을 추출하는 용해 물질로 비타민C가 활용된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남측 정부가 자체적으로 하고 있는 워치리스트입니다. 비타민C조차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북측 선생들이 의약품 말고 자신들의 제약공장에서 약을 만들테니 원료의약품을 보내 달라고 했습니다. 남측도 원료의약품은 중국이나 인도에서 수입하는데요. 그래서 중국에서 원료의약품을 사서 북으로 보내려고 했습니다.

중국에서 샀으니 우리가 남측에서 결제를 해야 하는데 대북지원물자라며 송금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물자를 싣고 북으로 들어갈 선박을 구할 수도 없었습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라고 해서 북에 들어갔다 나오는 선박은 조사를 받아야 하니 아예 북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의료장비 같은 경우 유엔제재 면제를 받아 내는데 6개월 이상 걸렸습니다. 장비 하나하나에 대해서 이 기계에 미국 기술이 몇 퍼센트 들어가 있는지 정리한 설명서를 유엔에 제출해야 했습니다. 이러니 누가 하려고 하겠습니까? 지원하는 입장에서도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받는 입장에서는 어땠겠습니까?

정부가 최근까지도 코로나 19관련 물자를 북에 보내주겠다고 하는데 제재 때문에 안된다고 하면서 2019년 타미플루도 못 보냈는데 어떻게 보내겠다는 것입니까? 거기에 대한 답을 정부는 내놔야 합니다. 남북교류 재개의 키는 남측당국이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식대로 살아가자

북측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인민들은 비록 지주나 자본가들처럼 호화롭게 살지는 못하지만 일자리걱정, 먹고 입고 쓰고 살 걱정을 모르고 다 같이 고르게 잘 살고 있으며 마음껏 공부하고 있습니다."

"국가적 및 사회적 혜택으로의 복지 증진을 위해 분배정책을 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첫째로 수입차이와 관계없이 싼 가격으로 일부 식료품을 공급하는 것. 두 번째는 대중 소비품과 어린이 용품의 물건 값을 저렴하게 책정해서 전체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의복 등을 제공하여 부모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 세 번째는 낮은 가격의 주택사용료, 연료, 전력, 음료수 등을 공급해서 생활의 기본조건 마련에 차이를 줄이는 것, 넷째는 무상교육과 무상치료제를 실시하기 위한 자금을 보장하여 모든 근로자들이 평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남북의 정권이 군사적 대결이 아닌 인민들을 위해 좋은 정책으로 경쟁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북측에서 70년대에 무상치료제가 실시된 이후 남측에서도 1989년 전국민건강보험제도가 만들어진 것처럼 긍정적 경쟁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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