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바다를 상대로 전쟁하듯 어획하고 있다. 촘촘한 쌍끌이그물은 어린 물고기까지 남기지 않는다. 대규모 기업형 어업은 바다에 무자비하다. 전 세계 어획량의 3분의 1이 필요 이상으로 잡힌다는 연구결과가 있을만큼 남획은 심각하다. 남획은 경쟁으로 이어진다. 더 싼 임금에 더 긴 노동을 필요로하고, 취약한 계층이 저임금 고강도, 반인권 노동에 시달린다. 전쟁같은 어업은 해양생태계도 무너뜨린다. 생물다양성이 깨져 생태계가 붕괴되고 자연복원력이 떨어진다. 복원력 저하는 다시 생태계 붕괴를 불러온다.
이 악순환의 뒤에 수산보조금이 있다. 전 세계의 수산보조금은 약 4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약 64%가 어획능력강화(capacity-enhancing) 보조금이다. 물고기를 더 많이 잡도록 돈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경쟁적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이 남획을 부추긴다는 주장이 여기서 나온다. 한국은 중국, 일본, 유럽연합에 이어 네번째로 수산보조금이 많은 국가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00년대 초반부터 '나쁜 수산보조금'의 지급을 중단시키기 위해 각국과 협의해왔다. 2015년 유엔총회에서도 이 문제가 공식화됐다. 과도한 어획 경쟁을 멈추려면 모든 나라가 동시에 결단해야 한다는 것이 배경이다. 2017년 WTO는 IUU(불법, 비보고, 비규제) 어업 등에 대한 보조금 근절을 2020년까지 합의하겠다고 각국 각료와 함께 선언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쇼크로 협상 시한은 1년 미뤄졌고, 이달 15일 WTO 통상장관 회의가 재개된다. 한국도 이 자리에 참석해 보조금 문제를 협의한다.
1일, 환경단체들이 광화문광장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유해수산보조금'의 폐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수산보조금의 대부분이 수산물 남획과 해양생태계 파괴, 기후위기, 불법어업과 강제노동 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가 통상장관 회의를 앞두고 수산보조금 축소에 소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물에 갇힌 얼음 물고기가 땡볕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큰 얼음 덩어리는 좀처럼 녹지 않는 듯하다가 작아지면서 녹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저 얼음덩어리가 아닌 바다의 안전과 인간 생존의 관계에 관한 퍼포먼스였다. 이날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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