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청 의뢰, 문화재청 허가로 (재)화랑문화재연구원에서 발굴조사 중인 대구 팔거산성에서 6세기대에 축조된 목조 집수지와 신라 목간이 대구 지역에서 최초로 출토됐다.
팔거산성은 해발287.7m의 함지산 정상부에 축조된 산정식 산성(퇴뫼식 산성)으로 대구광역시 북구 노곡동 산1-1번지 일원에 위치하며, 유적 정비복원 관련 고고학적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2015년 지표조사, 2018년 시굴조사 과정을 거쳐 2020년 10월부터 학술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발굴조사에 석축(石築) 7기, 추정 집수지(集水池) 2기, 수구(水口) 등의 유구가 발견됐으며 석축은 곡부의 경사면에 층단상 대지를 조성하기 위한 시설로 석축 사이에 중복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건축물 개축 등에 따른 여러 차례 변화를 볼 수 있다.
집수지는 산성 내부의 물이 모이는 곡부 아래쪽(해발 210m)에서 목조 집수지 1기, 석조 집수지 1기 등 모두 2기가 확인됐고, 그 중 목조 집수지는 파괴와 부식이 심한 편이지만 부재 결구방법과 내부 퇴적층에서 목간이 출토되는 등 학술적 가치가 높은 중요한 유구로 판단된다.
목조 집수지는 길이 8.5m, 너비 4.9m 규모의 평면 장방형(1:1.72)으로서 바닥 면적 41.8㎡로 산출되며, 그 깊이는 구지표로부터 3~3.6m로 측정된다. 목구조물은 현대의 흙막이시설과 유사한 형태로 기둥목, 횡판목, 지대목을 사용한 축조 목곽형이며, 축조방법은 문경 고모산성의 목곽고와 유사하다.
축조방법은 먼저 남북으로 경사지게 땅을 파고 목재 구조물을 설치한 후 잡석과 점토를 사용해 뒤를 채웠고, 목구조물은 바닥에 지대목(地臺木)을 설치하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운 다음 기둥과 기둥 사이에는 횡판재(橫板材)를 설치했으며, 기둥목은 직경 20cm의 원형 통나무, 지대목은 각재, 횡판목은 판재를 각각 사용했다.
목조 집수지 내부 퇴적층에서는 대구 소재 유적 최초로 신라 목간 16점이 출토됐다.
경주 이외 신라지방 유적에서 목간이 출토된 사례는 인천의 계양산성(桂陽山城), 경기도 하남의 이성산성(二聖山城), 경남 함안의 성산산성(城山山城) 유적, 경산 소월리 유적에서 6세기 신라 토지 관련 목간이 출토된 바 있으나 대구 소재 유적 출토 예는 처음이다.
(재)화랑문화재연구원으로부터 목간을 인수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종훈)에서는 컬러 및 적외선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판독 자문 회의를 통한 기초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제작 시점을 추정할 수 있는 간지(干支)와 곡식 이름 등을 확인했다.
삼국사기 지리지에는 대구에 있었던 지명으로 팔거리현(八居里縣)이 등장하는데, 팔거산성이 위치한 칠곡 지역이라고 추정만 해 왔으나 새롭게 산성 내부 출토로 팔거산성의 위상을 밝혀낼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
배광식 북구청장은 금번 발굴조사를 계기로 “향후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승격 지정을 통해 구암동 고분군과 더불어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효율적으로 보존·보호하고 지역의 우수한 관광자원으로 활용, 우리 지역의 문화에 대한 우수성을 널리 알릴뿐만 아니라, 지역민에게는 올바른 역사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팔거산성(대구광역시 기념물)의 조사성과 현장설명회를 28일 오후 3시에 발굴조사 현장에서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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