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사관학교가 1학년 생도를 대상으로 이성교제를 전면 금지한 규정이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4일 이같은 징계가 "생도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중대하게 침해한다"면서 "이성교제 금지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생도의 징계처분을 취소하고 해당 규정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인권위는 "학교 밖에서의 사적인 만남 등 순수한 사생활 영역까지도 국가가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지난 3월 해사가 '1학년 이성교제 금지규정'을 위반한 생도 47명에게 징계처분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며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해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 초까지 이성교제 건으로 4차례에 걸쳐 훈육위원회를 열고 총 47명에게 징계처분을 내렸다. 징계처분을 받은 생도 중에는 3월 졸업 대상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진신고 기간을 만들어 교제 상대방과 교제 기간 등을 보고하게 했으며 징계 결정 이후에는 매주 반성문을 제출하게 하고 매일 지정시간에 전투복을 착용한 상태로 집합해 단체자습을 하게 했다.
인권위는 징계의 수위도 "단순 경과실이 아니라 1급 과실로 취급하고 과실점 300점을 부과했다"며 "이 정도 수준의 과실점은 해당 학기의 성적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향후 생도들의 유학, 파견, 졸업포상, 타대학 위탁교육 등에 있어서 상당한 불이익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해사는 △1학년 생도의 조기 적응 △강요에 의한 이성교제로부터 보호 △상급학년 생도가 1학년 지도·평가 시 공정성 확보 등을 위해 1학년 이성교제 금지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강압에 의한 이성교제'를 엄격히 금지하는 규정이 예규에 이미 존재"하며 상급생이 지도·평가할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상급학년 생도에 대한 하급학년 생도의 '공정성 평가' 비중 확대 등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대안적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고 했다.
징계 수위에도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 순수한 사생활 영역에서의 이성교제 행위를 구타·폭언·가혹행위나 성추행·성희롱, 절도행위 등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취급하며 장기근신이 기본인 1급 과실로 의율한다는 점에서도 비례원칙에 위배된다"며 "타 사관학교와 달리 2급이나 경과실 처분을 내릴 여지가 전혀 없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예규에서 '이성교제'를 '이성에게 교제를 목적으로 개인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행위'로 정한 점에도 "의미가 분명하지 않아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징계과정도 "△훈육위원회 개최 전 대리인 선임권 미고지 △예규상 감경사유 미고려 및 일률적으로 과중한 징계처분으로 인해 비례의 원칙 위반 △주 1회 반성문 작성·제출 지시로 양심의 자유 침해 △징계처분 결과 시달 시 피징계 생도의 학번 노출로 인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등"을 지적하며 "절차적·내용적인 면에서도 하자가 있다"고 짚었다.
한편 타 사관학교는 이성교제 금지 조항을 개정·폐지하는 추세다. 육군사관학교는 지난해부터 교제 상대가 훈육요원이나 교관이 아니면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개정하고 있다. 공군사관학교도 1학년 생도끼리의 이성교제를 허용하고 있다. 인권위의 2013년 권고에 따른 조치다.
3사관학교도 동급생은 물론 상급생 등 생도간 이성교제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으며 국군간호사관학교는 2017년 사관학교 중 가장 먼저 생도간 이정교제 금지규정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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