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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반딧불이 섬 거제 지심도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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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반딧불이 섬 거제 지심도를 가다

"항적을 남기듯 깜빡이며 숲 길을 날아올랐다"

21일 오후 <프레시안> 기자는 반딧불이 섬 거제 지심도로 향했다.

정기선 대신 ‘도시어부’, ‘서민갑부’로 유명세를 탄 지세포 캡틴 김귀철 선장의 배를 타고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 해경초소 앞 선착장을 출발했다.

지심도 바다에는 너울이 제법 일었다. 오후 7시께 지심도 선착장에 도착한 일행들은 인어상을 돌아 언덕길을 재촉했다. 반딧불이를 담으려는 사진작가들과 동행했다. 원시림이 터널을 이룬 신비의 섬, 지심도는 어머니의 태와 같이 평화로웠다.

▲지심도와 반딧불이. ⓒ사진작가(류정남)

어둠이 내리고 한치잡이 어선들이 하나둘 밤 바다를 밝히기 시작했다.

수국이 길동무가 되어주는 섬 지심도에 밤이 왔다. 반딧불이가 나타날까. 밤 8시, 기온은 21도 류정남 작가는 “반딧불이를 만나기에 최악의 조건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쉬운 건 오히려 바람이다. 시간이 갈수록 바람은 섬을 다그치며 불어온다. 반딧불이가 비행할 수 없는 조건이다.

밤 8시 40분, 한 두마리 반딧불이들이 바람을 가려버린 원시의 동백 숲을 비행하기 시작했다.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반딧불이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의 항적을 새기듯 깜빡이며 숲 길을 날아 올랐다.

지심도 섬 전역에서 관찰되는 애반딧불이들은 크기가 새끼손톱도 채우지 못했다. 성충이 된 반딧불이는 15일 정도 살고 생을 마친다.

반딧불이의 비행은 바람이 닫지 않는 섬의 서편에서 주로 관찰됐다.

▲지심도와 반딧불이. ⓒ사진작가(류정남)

바람이 불지 않고 기온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일시에 지심도 숲을 채우는 반딧불이의 군무를 지켜볼 수 있었을 터인데 아쉽게도 더 이상은 허락하지 않았다.

밤 10시가 넘어서자 셔트를 누르는 작가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다행히 무풍지대에서 또다른 반딧불이의 비행이 관찰됐다.

반딧불이의 비행은 밤 11시가 넘도록 이어졌다. 잠이든 지심도의 밤을 반딧불이가 깨우고 있었다.

반딧불이는 동백숲 곳곳에서 UFO처럼 나타나 스스로를 깜빡이며 조우를 즐겼다. 반딧불이는 분명 외딴 섬 지심도의 주인이었다.

지심도를 떠나는 시간, 선착장 옆 물골에서 억겁을 견딘 파도의 외침까지 삼키는 산개구리들의 노래가 터져 나왔다.

밤이 깊은 반딧불이의 섬 지심도는 선착장을 떠난 뱃길 먼발치에서 7월의 재회를 기약하며 파도와 함께 넘실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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