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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군사경찰단장, 성추행 은폐 직접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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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군사경찰단장, 성추행 은폐 직접 지시"

군인권센터 "국방부 장관에게 올라갈 보고서에 '성추행 피해자' 삭제 지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이 제20전투비행단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을 단순 사망 사건으로 축소 보고하도록 직접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실일 경우 이모 중사가 성추행 피해 신고 뒤 2차 가해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나기까지 공군 수사라인 수뇌부가 개입해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정황이 된다.

군인권센터는 21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중사가 사망한 뒤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실무자가 국방부 조사본부에 올릴 사건 보고서에 '성추행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기재했으나 군사경찰단장이 이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센터의 주장에 따르면 이 중사가 사망한 다음 날인 지난달 23일, 군사경찰단장(대령)은 보고서를 작성한 실무자에게 '사망자가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실무자가 "이건 빼면 안 된다"고 반대했지만 군사경찰단장은 4차례에 걸쳐 삭제를 지시했다고 한다. 센터는 "군사경찰단장과 실무자가 수차례 실랑이를 벌였다는 복수의 제보가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앞서 KBS는 지난 19일, 사건을 조사하는 국방부 합동수사단이 같은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사건을 처음으로 보고받으면서 '단순 사망 사건'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센터는 "공군 군사경찰을 이끄는 병과장이 직접 국방부에 허위보고를 지시한 것"이라며 "수사 지휘라인이 작심하고 사건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담하게도 국방부에 허위보고까지 감행한 것으로 비뤄볼 때 공군 수사 지휘라인은 사건을 공군본부 내에서 적당히 처리하고 무마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의 개입이 명백함에도 국방부가 수사 실무자들만 직무유기 혐의로 내사 중이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수사 지휘 라인이 작심하고 사건을 은폐했다는 것은 사안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대담하게 국방부에 허위 보고까지 감행한 것을 보면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방부 조사본부가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을 군형법 38조에 따른 허위보고죄로 구속 수사하고, 공군본부 수사 지휘라인을 전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형법은 허위보고를 군기문란 행위로 보고 징역형으로 처벌한다.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임태훈 소장이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당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의 보고 정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센터는 또 군사경찰단이 성추행 사건을 수사하기 앞서 수사 가이드라인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센터에 따르면, 3월3일 성추행 신고를 받은 제20전투비행단 수사계장은 가해자 장모 중사를 조사하지도 않고 3월8일 불구속 의견이 담긴 인지 보고서를 작성했다. 가해자 조사는 3월15일에 진행됐다.

센터는 "수사관들은 통상적으로 피·가해자 조사까지 마무리한 뒤 구속 여부를 판단한다"면서 "그런데 20전투비행단 수사계장은 금요일 오후에 피해자를 조사하고, 가해자 조사 없이 대뜸 월요일에 출근하자마자 불구속 의견부터 상부에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진술서만 봐도 장 중사를 긴급체포해 수사하고 48시간 내 영장을 청구하는 게 상식인데,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가이드라인을 짜놓고 수사를 한 셈"이라며 "모종의 외압 없이는 일선 부대 수사계장이 이 같은 이상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을 구속 수사하고 공군본부 수사 지휘라인을 전면 수사해야 한다"며 "사건 은폐 과정 등을 밝히기 위해 민간과 함께 공동 조사단을 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사건 수사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군대 내 관련자들도 불만이 많다"며 "국방부 검찰단장이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허위보고 의혹도 수사 범위에 넣고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수사 및 조사 중인 사안이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합동조사단은 특별감사팀을 꾸려 공군본부 지휘부에 감찰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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