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연기 여부를 둘러싸고 대선주자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1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대선 후보 경선을) 좀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겠다"고 밝히며, 민주당 지도부가 경선 연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당헌·당규에 맞지 않게 결정이 이루어지면 아마도 당 내에서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 지사 측이 경선 연기를 위해서는 당헌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데 대해서도 "당헌을 바꾸지 않고 하도록 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경선 시기를 조절하는 건 당헌 개정 사항이 아니다. 당무위원회 의결 사항이다. 당헌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재보선) 문제와 결부시키는 건 적절치 않은 견강부회"라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선연기론'에 대해 "개개인의 유불리를 뛰어넘어 정권 재창출을 위한 충정에서 의견을 말하는 것으로 믿고, 또 그래야 한다"며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또 이 전 대표는 "(경선 연기에 관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고 이는 충정에서 나온 의견일 테니 이를 수렴하고 결정하는 것은 당 지도부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를 돕는 전혜숙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민주당의 대통령 경선시기를 조정해야 한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우리 중 누군가의 경선 승리가 아니라 민주당의 대선 승리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 최고위원은 "경선 시기 조정 역시 원칙 위반이 아닌 당규 규정"이라며 "경선 시기를 조정해야 할 이유는 코로나19라는 국가재난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 당 대선후보 선출 당규는 코로나19 같은 국난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때 정해졌다"고 거듭 경선 연기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이 지사를 지지하는 의원들 모임인 '성공포럼'의 공동대표 김병욱 의원은 전날 "작년 8월 대통령 후보 선출 180일 규정을 당 대의원대회에서 합의를 통해 결정했는데 1년도 지나지 않아 이를 뒤집는 것은 당원과 국민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당의 헌법인 당헌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헌에서 규정하는 '상당한 사유'는 상식적으론 선거가 불가능할 정도의 무거운 사안일 때 성립할 수 있다"며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불공천 약속을 위반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이 크게 실망한 것을 잊어선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선일로부터 180일 이전에 대선후보를 확정해야 한다. 내년 3월9일이 대선이기 때문에 민주당 대선후보는 올해 9월10일까지 선출돼야 한다. 단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대선 일정을 변경할 수는 있다.
민주당은 오는 22일 의원총회를 열어 경선 일정과 관련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경선 연기 문제를 6월 말 당무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이재명계, 비(非)이재명계 의원들이 정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송영길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분들이 생각하는 나름대로의 충정이 있을 것이니 의총을 통해 (의견이) 표출되면 갈등이 격화로 가지 않도록 잘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원총회는 경선 연기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단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최종 결단은 지도부의 소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송 대표는 "당 대표는 당무위 의장이자, 당무위 소집 권한을 갖고 모든 당규에 대한 총괄적 집행 권한을 가졌다"며 "따라서 '상당한 사유'가 있어 당무위에 부칠 사항이냐, 아니냐는 건 대표와 지도부가 판단할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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