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가 국가 사무라며 거부한 부산시에 대해 시민단체가 제기한 행정소송이 기각됐다.
18일 부산지법 행정2부 최윤성 부장판사는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주민투표 추진위원회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1심 행정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해당 시설 폐쇄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먼저 재판부는 "원고는 부산항 내 주한미군 시설이 시민 생명과 직결되는 것으로 시설의 폐쇄는 감염병과 재난을 예방할 의무가 있는 부산시의 자치사무이며 주민투표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SOFA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관련 규정을 종합해보면 주한미군 시설의 폐쇄는 '국가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이어서 주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감염병 예방법 제4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감염병의 예방관리와 재난으로부터 국민 생명,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가 인정되나 이 사건 시설의 폐쇄에 관하여는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이 피고에게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주민투표 관련 분쟁은 일단락되는 듯 하나 판결 이후 추진위가 항소 의사를 밝혀 소송은 2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해 추진위는 "유독 우리나라에만 불평등하게 존재하는 주한미군기지 내 위험시설 행위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 하고 있는 국방 외교 담당 부서들이 그 업무 주체라고 인정한 법원 판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라고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박형준 부산시장과 면담 이후 95일 만에 농성을 중단했지만 농성 해제 이후 곧바로 청사를 점검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를 고발했다"라며 "주민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지자체가 국가 사무란 핑계 뒤에 숨어 뒷짐을 지고 있다"라고 부산시에도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앞서 추진위는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진행하기 위해 지난해 부산시에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신청했지만 부산시는 이를 거부했다. 당시 부산시는 해당 사안이 자치단체 사무가 아닌 국가 사무여서 주민투표 추진 요건이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이와 관련해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시가 가진 정보와 추진위가 생각하는 정보에 서로 이견이 있었다"라며 "부산시는 공식기관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의견 또한 존중하지 않을 수 없으며 현재 미군 세균실험실의 실체에 대해서는 부산시가 확인할 내용이 없어 주민투표 결정이 어렵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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