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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개평’과 ‘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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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개평’과 ‘타짜’

며칠 전에 아내와 보험회사에 갔다. 4년 정도 보험을 납부했는데 900만원이 넘었다. 그런데 해약하려고 하니 650만 원밖에 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장모님께서 오랜 기간 치매로 고생을 하셔서 미리 ‘치매간병보험’을 들었던 것인데, 내용을 확인해 보니 별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같기도 하고 아내도 빨리 해약하라고 해서 갔는데, 너무 적게 돌려받으니 속이 상했다. 그대로 아내에게 주고 알아서 쓰라고 했더니 좋아서 날아가려고 한다. 남은 속이 상해서 죽겠는데, 공돈이 생겼다고 좋아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다. 그래서 장난삼아 ‘개평’ 좀 없냐고 했더니, 그 중 200만 원을 가지라고 한다. 개평(?)으로 200만 원이 생겼으니 정말로 공돈이 생긴 것 같다.(원래 내 돈인데 개평이 맞는지 모르겠다. 투덜투덜)

개평을 달라고 했지만 그 말의 어원이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여 집에 와서 사전을 찾아 보았다. 사전에는 “노름이나 내기 따위에서 남이 가지게 된 몫에서 조금 얻어 가지는 것”이라고 나타나 있다. 어려서는 친구들에게 “꼬평 좀 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사전을 찾아 봐도 ‘꼬평’이라는 단어는 없다. 우리들이 개평을 그렇게 불렀던 것이지 사전에는 없는 단어였다. 명절이 되거나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둘러 앉아 ‘고스톱’을 치고, 거기에 참여하지 못하는 친구들은 옆에 앉아서 ‘꼬평’을 뜯곤 했는데, 그것이 개평의 치어(稚語 : 치기로 하는 말)였던 것이다.

2006년에 영화 <타짜>가 568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손진호, <지금 우리말글>) 그래서 그 후부터 ‘타짜’라는 단어가 국립국어원 웹사전에 올라와서 표제어가 된 적이 있다. ‘타짜’는 ‘달인(達人 :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 널리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달자(達者)에서 유래했다.(손지호, 위의 책) 아마도 일제 강점기에 쓰다가 없어진 것을 영화에서 부활시킨 것이 아닌가 한다. 노름판에서 사용하던 단어가 영화를 통해서 우리말에 다시 부활한 것이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 단어다.

과거에는 개평이라는 용어도 없었다. 옛날사전(1938년 조선어사전)에는 가평이라는 용어로 나타나 있다. “노름판에서 구경꾼에게 주는 돈이나 물건”이라는 뜻으로 쓰였다.(조항범, <그런 우리말은 없다>) 그러다가 1948년에 <조선말큰사전>에서 ‘개평’을 표준어로 인정하고 ‘가평’은 방언으로 삼았다. 그러니까 근본이 없는 단어를 ‘서울 사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이므로 표준어를 삼은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쓰는 말 중에는 노름판에서 유래한 것들이 많다. 언젠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해서 유명해진 ‘대박’도 노름판의 용어다. ‘파투났다(破鬪 :잘못되어 흐지부지되다)’, ‘나가리(나가레(유찰(流札 : 입찰 결과 낙찰이 결정되지 아니하고 무효로 돌아가는 일. 응찰 가격이 내정 가격에 미달 또는 초과되는 경우에 일어난다)’ 등도 화투에서 유래한 말들이다. 흔히 말하는 “그거 말짱 황이야.”라고 할 때 ‘황’은 짝이 맞지 않아 끗수가 낮은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황을 잡으면 거의 돈을 잃게 되어 있다. 이제는 ‘황이다’라고 하면 ‘일을 망치는 경우’에 쓰고, ‘땡 잡다’라고 하면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사용한다. ‘땡’은 ‘땡땡구리’에서 유래한 말로 같은 끗수의 화투가 연이어 나온 경우를 말한다. 지금은 ‘갑자기 뭔가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땡 잡았다”고 한다. 땡 중에서서도 장땡(10이 두 장)이 끗수가 가장 높기 때문에 최고의 패가 되는 것이다.

우리 생활 속에서 어디까지 노름이고 어디까지 놀이인지는 경계가 확실하지 않다. 마이클 쉘던 교수한데 물어보아야 정답이 나올 수 있는 것이 노름과 놀이의 경계선이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까지만 용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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