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할 때까지 우리의 피를 바람에 날려보내자... 해방을 갈망하는 이를 죽일 수 있어도 해방을 죽일 수 없는 법... 혁명가를 죽일 수 있어도 혁명을 죽일 수 없는 법... 자유를 위해 싸우는 이를 죽일 수 있어도 자유를 죽일 수 없는 법... 우리의 피눈물을 바쳤는데 미련 같은 게 뭐가 남겠는가... 저 앞에 봄이 보인다"
미얀마 한 시인이 보내온 편지의 일부다. 시에는 자유를 꿈꾸는 미얀마인들의 비장한 심장소리가 담겼다.
"... 5월, 미얀마 친주 밋닷시에서 가족들을 지키겠다며 자기 몸보다 큰 총을 맨 채 산 속을 걷는 어린 아이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무력으로 점령한 쿠데타 세력이 여성들을 연행해 성폭행하고 남성들은 바로 살해하는 끔찍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직 10살 밖에 안 된 어린 아이마저 누나와 여동생, 그리고 부모를 지키겠다며 수렵용 라이플을 메고 휘청거리며 어른들을 따라 나섰다고요. 아들 또래의 어린 아이가 왜 이런 상황에 처해야할까 하는 생각에 참 많이 울었습니다...."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된 답장에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생생했다. 그러나 허탈함과 미안함이 더 커 보였다. 한국 기업의 돈벌이가 미얀마의 민주화를 저해한다는 딜레마의 상황에서 편지는 "포스코가 쿠데타 세력의 공모자가 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한국과 미얀마인들이 편지로 마음을 나누는 자리.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집회가 10일 저녁 서울 포스코센터 앞에서 열렸다. 6·10 민주항쟁 34주년을 맞아 모인 참가자들은 "민주화된 한국이 미얀마의 미래"가 되길 바랐다. 포스코에 대한 비판이 컸던 이 자리에서 사람들은 "민주적이고 정당하게 선출된 정권이 다시 집권할 때까지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에 대금 지급을 미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포스코의 미얀마 가스전 사업이 군부의 '돈줄'이 되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지금까지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다 희생된 미얀마인은 10일 기준 최소 901명에 달한다. 미얀마 시위는 시위대와 소수민족이 무장하며 내전 양상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빗속에서 아픔과 기억, 희망을 나누던 두 나라 사람들을 사진에 담았다.
미얀마의 포스코 가스전 사업
포스코의 자회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국영석유가스회사(MOGE)와 함께 미얀마 서부 안다만해에서 가스전 개발을 해왔다. 미얀마 4개의 가스전 중 하나인 쉐(Shew) 가스전이다. 한 해에 3~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포스코 그룹의 알짜 기업이다. MOGE도 이 가스전에서만 매년 1~2000억원의 수익을 배당받는다. MOGE는 포스코 외에도 글로벌 정유회사들로부터도 매년 1조원이 훌쩍 넘는 배당금을 가져가는데 이 돈이 군부의 가장 큰 자금줄로 지목된다. 유엔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가스와 석유 등에서 발생한 수익이 군부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확인했다. 미얀마의 민주 진영은 이 배당금의 지급을 민주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미뤄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상황은 쉽지 않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 사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지자 프랑스의 토탈(TOTAL)과 미국의 쉐브론(CHEVRON) 등 글로벌 원유기업들은 일부 배당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배당 규모가 작은 파이프라인 사업에 한정한 조치로 군부를 압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크다. 포스코 측도 중국으로 뻗은 파이프라인에 대해 배당금 지급 중단을 검토중이라고 알렸지만 이마저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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