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7일(현지시간) 과테말라를 방문해 "미국으로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부통령 취임 후 첫 해외순방으로 중남미를 찾은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과테말라 대통령과 회담을 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불법 이주를 막을 것"이라며 "만약 여러분들이 미국 국경에 온다면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면서 이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해리스는 "저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으로 위험한 여행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며 "(미국으로) 오지 말라. 오지 말라"고 강조해 말했다.
그는 중남미인들이 "본국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며 "미국은 계속해서 우리의 법을 집행하고 국경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의 발언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리 포용적인 이민 정책을 펼치면서 멕시코 국경으로 이동하는 이민자들이 급증한 것에 대한 입장 표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한 총책임을 해리스 부통령에게 맡겼다.
해리스는 이날 과테말라 지역의 부패와 인신매매, 마약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대부분 사람들은 고국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을 괴롭히는 범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코르테즈 "미국, 집에 불지르고 도망친 사람 비난하는 격"
해리스의 이날 발언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AOC) 민주당 하원의원 등 진보 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코르테즈 의원은 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해리스의 발언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 국경에서 망명을 신청하는 것은 100% 합법적 입국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코르테즈는 또 "미국은 수십년 동안 중남미의 정권 교체와 불안정을 도왔다"며 "우리는 누군가의 집에 불을 지른 다음 그들이 도망치는 것에 대해 비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과테말라는 포함한 다수의 중남미 국가들은 오랫동안 빈곤과 폭력에 시달려 왔으며, 범죄 집단들로부터 야기된 정치적 불안이 고착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런 부패한 권위주의 정권을 지원해왔다고 비판한다.
바이든 정권은 트럼프 정권의 극단적인 반이민 정책에 비판적이다. 트럼프 정권은 멕시코 국경지역에 장벽을 세우고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부모와 자녀들을 분리해 수용하는 등 반인권적인 이민 정책을 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지난 4월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역에 도착한 이주민은 17만8000명으로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급증하자 해리스를 통해 이런 메세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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