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밝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를 놓고 더불어민주당이 고심에 빠졌다. 법 위반 의심을 사는 의원들에 대해 출당 조치를 포함한 강도 높은 처리를 공언했던 기조를 적용해야 할 상황에 처하면서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권익위가 발표한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에 책임있는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겠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만큼 제 살을 깎는 심정으로 (부동산 전수조사를) 결단했고 결과를 받아들이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권익위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그 가족의 부동산 거래 전수 조사 결과 12명의 국회의원에게서 16건의 투기 의혹이 파악됐다면서, 법령위반 의혹이 있는 12명에 대해서는 경찰청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신속한 고강도 조치를 시사한 윤 원내대표의 언급은 부동산 문제에 대한 당 지도부의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앞서 전임자인 김태년 전 원내대표가 "강도높은 조사를 받고 그 내용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겠다"고 공언했고, 송영길 대표도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본인 및 직계가족의 입시·취업 비리, 부동산 투기, 성추행 연루자는 즉각 출당 조치하고 무혐의 확정 이전까지 복당을 금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윤 원내대표는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권익위가 발표한 소속 의원 12명과 관련된 부동산 불법거래 연루 의혹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연기됐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권익위 조사 내용이 오늘 중으로 당에 전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당은 관련 내용을 통보받고 연관된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본 후 구체적인 입장을 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로서 내용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위를 열어 논의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이르러서 이날 관련 지도부회의는 소집되지 않을 예정이다"고 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사법기관의 사실관계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 당이 약속한 바에 따라 12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어떤 의혹이 있는지는 공개해야 되지 않나 싶다"면서 "지도부에 해당하는 핵심의원이라 하더라도 형평성 있는 조치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징계 수위에 대해선 "16건의 의혹에 대해 경중을 두고 출당 조치도 있을 수 있고, 잠시 당직에서 물러나 있을 수 있고, 혹은 잠시 당원권을 정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합동수사본부에서 결과가 한 두달이면 나올 것"이라며 "한두달 후에 검찰로 송치를 한다든지, 기소의견을 한다든지 등의 조치를 보고 결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부동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제 국민의힘이 부동산 전수조사를 받아들일 차례"라며 "지난 3월30일 주호영 당시 원내대표가 '권익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조사해 무엇을(의혹 등을) 찾아내면 우리도 기꺼이 조사받겠다'고 공언한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지금 국민의힘의 새 지도부가 선출되기 전에 소속의원들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를 당권주자 5명께서 건의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이준석·홍문표·나경원·조경태·주호영 당대표 후보자들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강민국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 전원의 전수조사에 대해 이미 동의를 받았다"며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인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해 공정성을 담보받겠다. 민주당도 떳떳하다면 감사원 조사에 응하기를 바란다"고 역공했다.
그러면서 "강제 수사권이 없는 권익위는 제출되지 않은 금융거래내역과 소명되지 않은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조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민주당 출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권익위가 아닌 독립된 기관에 조사를 의뢰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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