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난한 사람에게 선별지원하는 안심소득과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과의 논쟁이 다시 격렬해지고 있다. 이 논쟁은 단순히 정치권에 머물러 있어야 되는 문제는 아니다. 이유는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경제성장률과 이전과 비교하면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이 확대되지 않은 상태에서 악화되고 있는 국민복지 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안심소득과 기본소득 사이의 큰 차이점은 없다. 밀튼 프리드먼이 주장한 마이너스 소득세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안심소득의 원천이다. 프리드먼의 마이너스 소득세는 특정 기준점 이상의 사람들에게 세금을 거두어 이를 재원으로 특정 기준점 이하의 사람들에게 특정 기준점에 모자라는 금액을 채워주는 방식이다. 이것은 기본소득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안심소득은 두 가지 점에서 마이너스 소득제와도 다르고 기본소득과도 다르다.
우선 안심소득은 재원을 세금으로 충당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는데서 차이점이 발생한다. 증세가 없으니 좋을 수도 있지만 재원의 문제가 발생한다. 기존의 복지제도에서 재원을 일부 충당한다고 하지만 그 경우 일부 계층의 급여액이 기존 복지제도에서의 급여액보다 줄어드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대부분 20대 청년으로 구성된 1인가구의 경우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를 합친 금액은 안심소득으로 더 줄어들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그 재원의 내용이다. 기존 복지제도의 생계급여 등을 축소해 얻는 11조원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계산방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50 내지 6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원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이 없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 시절 좋은 복지 공약을 남발했지만, 재원 조달에 실패하여 대부분 실행되지 못했다는 것을 기억한다. 이 공약 역시 구체적 재원 조달에 대한 실행방안이 없이, 말 그대로 공약으로 그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한다. 그리고 실행의지가 있는지도 사실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사회공적부조는 OECD 36개국 중 35위로 국민소득의 11%에 그치고, 실제 급여를 받아야 할 기준선에 있는 빈곤층중 1/12만 공적부조를 받는 현실을 감안해보면, 이 문제는 심각한 문제이다. 20대의 1/3 정도가 하루 중 한끼 이상을 굶는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결코 공약으로 그쳐서는 안 되는 문제이다.
또한 안심소득의 경우 수혜대상이 기본소득에 비해 크게 적다. 안심소득이 지급 기준선을 어디로 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엄밀히 가구당 가구원수 기준의 중위소득(2020년 기준)으로 그 기준선을 정한다면,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의 마이크로 데이터(통계청)에 따르면 그 수혜대상은 88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 국민 대비 1/6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반하여 기본소득은 그 금액을 년 1인당 600만원 월 50만원까지 확대해도 순수혜 계층은 2/3에 달한다. 이것은 기본소득의 재원을 정률세로 하였을 때 그렇다. 월 50만원 지급시, 최대의 순부담 비율 곧 기본소득세에서 기본소득 지급액을 제외하는 순 부담액은 가장 높게 부담하는 최고 소득층의 경우 최대 10%가 된다. 따라서 상위 33%계층만이 기본소득으로 인한 세금 지출액이 기본소득 지급액보다 커서, 순 부담을 지고 그중 극히 일부만이 최대 세율 10%까지 부담한다. 월 50만원은 현행 생계급여로 보장하고 있는 복지수준을 거의 만족시키는 것으로 국민적 합의하에 장기적 목표로 삼을 수 있다.
이 세율이 국민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여러 가지 다른 재원이 있을 수도 있다. 25조원을 기존의 재정지출을 조정하여 마련하고 종합토지세로 기존의 양도세와 종부세를 폐지한 이후, 0.5%의 토지세로서 30조원을 마련하여 모두 55조원을 조달할 수도 있다. 소득이 적은 사람이 적게 혜택을 보는 오히려 역진적인 기존의 조세감면제도(총 60조원 가량)를 손보아 25 내지 30조원을 추가로 마련할 수도 있다. 이들 정책은 국민의 절대다수가 순 수혜계층이 되기에 정치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종합토지세는 이외에도 부동산가격을 세금으로 잡아서 망국적 토지투기를 잡는 부수적 경제효과도 가지고 있다. 30조원을 이자율 5%로 할인하면 년 600조원의 부동산 가격 인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종합토지세만 두고 보면 세금을 내는 것보다 돌려받는 것이 더 큰 수혜계층이 80%에 달한다. 조세저항을 감안하면 부동산 문제해결의 거의 유일한 방안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것이 더 큰 우리나라 경제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기본소득은 복지문제에 그치지 않고 경제성장 문제의 해결책이기도 하다. 안심소득의 재원이 50조가 조금 넘는다고 상정하면 동일한 재원(년 50조원)으로 국민 1인당 10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할 수 있다. 지난 전국민 재난기본소득을 분기당 지급할 수 있는 정도의 재원이다. 우리는 전국민 재난 기본소득 지급시 그리고 내수로 직결되는 지역화폐로 지급하였을 때의 놀라운 경제효과를 기억하고 있다. 한 연구의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실제로 이 정도의 경기 부양효과라면 10년이 지나면 이 정책을 실시하지 않았을 때하고 비교하였을 때, 10% 정도의 추가 부양효과가 발생한다. 경기부양은 기본소득 실시로 인한 내수증대와 그에 맞물린 투자증가에 의한 것이고 수출이 침체를 겪고 있는 경제 상황, 그리고 내수가 훨씬 더 큰 고용효과를 가진 점을 감안했을 때 이 정책은 획기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경제성장의 문제로 안심소득을 바라본다면 제대로 실현된다면 거의 동일한 효과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일정기준 이하의 저소득층이 예컨대, 년간 수입이 200-300에 불과하였던 사람이 천만원 가까운 수혜금을 받을 수 있어 이들이 소비로 연결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소비로 직결되지 않으면 경제부양효과는 제약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기본소득은 동일 재원 50조원 사용시 년간 100만원이 최대 수혜금이기에 지속적, 정기적 지급으로 소비로 직결될 가능성이 훨씬 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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