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이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 대회는 원래 지난해 7월 24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됐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5월, 각종 예선을 통과해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선수는 총 23개 종목 186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6월 말까지 예정된 올림픽 예선을 거치면 한국 대표선수단은 200∼210명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 참가 여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최근 만 18세 이상 성인 10명 중 8명이 한국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국민이 도쿄 올림픽 참가를 반대하는 데는 코로나19 외에 다른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선 지 2년이 되어가고 있다. 수출 규제 금지 품목은 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라는 세 가지 품목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핵심 소재이다. 외국산 수입품이 자국 시장에 물밀 듯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입국이 수입 규제를 하는 모습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특정국에 자신들의 제품을 팔지 않겠다는 상황은 무척이나 생소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일본이 이렇게 나섰던 이유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가 취한 보복 조치였던 바, 아베 정부가 한국 때리기로 자국 내 정치 갈등을 해결하고, 동시에 우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편 오히려 이는 우리 산업계에 대일 의존도를 낮추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가 일반적이긴 하나, 일본 측이 수출 규제 강화 사유로 제시했던 제도 개선을 한국 정부가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해 왔음에도 일본은 아직도 규제를 풀지 않고 있다.
또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13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처리 방법을 결정하는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주변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해양 방류를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인체에 영향이 없는 수준까지 오염수를 희석해서 순차적으로 방류할 예정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우리나라 어민은 물론이고, 국내 모든 국민들이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해 크게 걱정을 하고 있다.
이에 더해 도쿄 올림픽 골프팀의 유니폼이 지난 5월 31일 공개됐다. 일본 골프 대표팀의 유니폼은 총 다섯 종류로 되어 있는데 모든 디자인에 '해 뜨는 나라'를 나타내는 비스듬한 선이 들어가 있다. 뜨는 태양을 빗살로 표현한 것인데, 이는 욱일(旭日)기의 상징이다. 욱일기는 일본이 태평양전쟁·2차 세계대전 기간 사용한 군기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이다. 즉, 피해를 겪은 나라엔 지울 수 없는 상처일 수밖에 없는 군국주의의 상징을 입고 경기에 임한다는 것은 피해국에 대한 추가 가해이다.
뿐만 아니라 도쿄 올림픽 성화 봉송 루트를 표시하는 지도에 독도를 일본의 영토로 표기했다. 2018년 평창 올림픽 당시 한국은 정치적 중립이라는 올림픽 원칙을 지키기 위해 한반도기에서 독도를 삭제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관방장관은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보거나 국제법상으로 명백한 일본 고유 영토"라는 해괴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7000명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줄긴 했으나 지금도 매일 20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3월 30일 도쿄 올림픽 1년 연기 확정 당시 일본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73명이었으며 누적 감염자는 총 2676명이었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올림픽이 개최되기만을 학수고대하며 4년에 1년을 더한 오랜 기간 굵은 땀을 흘리며 노력했기에 어떤 위험이라도 감수할 각오를 하고 있을 것이다. 고생한 선수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안전이 담보된다는 가정 하에서만, 올림픽의 가치가 유효할 수 있다.
더욱이 대(對)한국 수출 규제가 유지되고 있고, 방사능 오염수 방류의 뜻을 일본이 굽히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욱일기의 올림픽 사용을 통해 아시아인들에게 상처를 주려고 하고 있으며, 올림픽 지도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표기하는 억지를 지속하고 있음에도 굳이 올림픽에 참가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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