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동서고금을 통틀어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일은 없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야권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이 공개 행보를 시작한 것과 맞물려 두 사람의 접점이 점차 멀어지는 분위기다.
김 전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4일 김 위원장과 2시간가량 회동을 가진 안상수 전 인천시장의 전언 형식으로 언론에 알려졌다. 안 전 시장은 "(김 전 위원장이) 지금은 경험 있고 노련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라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부연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김 전 위원장의 이런 평가는 지난 3월 "별의 순간을 잘 잡은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던 것과 기류를 달리 한다.
국민의힘을 떠난 김 전 위원장과 아직 당적이 없는 윤 전 총장의 관계설정이 야권 대선 지형에 최대 변수로 주목받는 가운데, 김 전 위원장의 구상과 윤 전 총장의 방향은 최근 잇달아 엇박자를 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경북대 특강 후 기자들과 만나 "100% 확신할 수 있는 후보가 있으면 도우려고 했는데 그런 인물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의 대선 과정을 돕겠느냐는 질문에도 "과거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결과가 좋지 못했다. 확신이 서지 않는 건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같은 기류 변화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과 맞물려 있다.
윤 전 총장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주변에선 국민의힘 새 지도부 구성이 완료되면 윤 전 총장이 평당원으로 입당해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3지대에서 정치적 기반을 닦아 야권 대선 지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구상을 내비친 김 전 위원장과 어긋나는 진로다.
이에 따라 두 사람 관계설정 방향은 오는 11일 국민의힘에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된 뒤 윤 전 총장이 실제로 입당하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윤 전 총장은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국립 현충원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적었다. 현충원 참배가 잠행을 깨고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알리는 상징성을 갖는 만큼, 그의 대선 도전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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