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월 8차 당 대회를 계기로 당 규약을 변경하면서 '제1비서'라는 직책을 신설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유사 상황 발생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일 기자들과 만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제1비서는 후계자 의미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수령 체제의 안정성 확보 조치"라며 "대리인은 후계자와 후계를 이어주는 인물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전 장관은 "제1비서는 당 대회 없이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선출 가능하다"며 "수령의 신상이 위급하게 될 때 당 대회라는 복잡한 절차 없이 신속히 선임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대리인은 백두혈통만이 가능하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을 유사시 1비서로 등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 상황에서 잠재적 대리인은 김여정으로 추측된다"고 내다봤다.
이 전 장관은 "북한 내 권력 2위인 조용원이 제1비서를 맡고 있거나 맡으리라는 추측이 있는데 정치국 상무위원의 총비서 위임에 따른 정치국회의 주재조항이 별도로 있는 것으로 보아 백두혈통이 아닌 조용원에게 대리인(제1비서)을 부여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미 제1비서가 임명됐는데 북한이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이 전 장관은 "최근 인사 내용의 대부분을 공개하는 북한 당국의 인사 정책 투명화 경향으로 볼 때 아직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굳이 그럴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이 이번 당 규약 개정을 통해 통일이 아닌 두 국가 지향으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에 대해 이 전 장관은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북한은 통일 담론을 만들지 않고 있다"며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추구하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통일 지향적인 정책을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은 당 규약 서문에서 "조선 노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 해방 민주주의의 과업을 수행"한다는 문구를 "전국적인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발전 실현"으로 대체했다.
또 당원의 의무에서 "조국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적극 투쟁해야 한다"는 부분이 삭제됐고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 무력을 몰아내고 온갖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며 일본 군국주의의 재침 책동을 짓부시며"라는 문구는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 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 온갖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고"로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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