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후 조직적 회유와 괴롭힘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군인권센터가 엄중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국방부에 제출했다.
특히 군대 내에서 "상급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사실상 방치되어 숱한 2차 가해 속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반복하는 점을 들어 "군은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자꾸 죽음으로 몰아넣는다"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센터)는 1일 성명에서 "성추행이 벌어지고 피해자가 사망하기까지 3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군이 무엇을 한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31일 MBC 보도에 따르면 충남 서산의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피해자는 지난 3월 2일 회식 후 귀가하던 차량 뒷자리에서 선임 장 모 중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 피해자는 사건 당일 상관에게 피해사실을 신고했으나 이후 상관들로부터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겠느냐"는 등 조직적인 은폐 시도와 회유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가족의 항의로 수사가 시작됐으나 이 과정에서 피·가해자 분리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았으며 피해자는 가해자와 그 가족으로부터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타 부대로 전출된 피해자는 지난달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이 알려지자 이날(1일) 서욱 국방부장관은 군·검·경 합동 수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센터는 "가까스로 시작된 수사에서도 기본적인 성폭력 사건 가이드라인이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소속 부대의 총체적인 피해자 보호 실패"라고 비판했다.
센터는 피해자 보호조치에 대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물리적 분리뿐만이 아니라 "피해자가 안전하게 계속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가해자에 대한 온정적 분위기를 엄히 차단하는 일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아니나 다를까, 피해자는 새로운 부대에서도 관심병사 취급을 받으며 고초를 겪었다"고 짚었다.
센터는 "피해자 보호는 피해자가 피해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상을 회복하는 모든 과정을 망라해야 한다. 그러나 군은 여전히 피해자 보호에 대한 기본 개념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는 반복되는 참극이다. 2013년 육군 15사단에서, 2017년 해군본부에서, 그리고 2021년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그랬다. 상급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사실상 방치되어 숱한 2차 가해 속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이 언론에 나오고 나니 국방부장관이 나타나 호들갑을 떨며 엄정 수사를 하겠다고 머리를 숙이지만 왜 피해자가 살아있을 땐 그렇게 하지 못했는가. 이 시점에도 가해자는 구속조차 되지 않고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고 2차 가해를 저지른 사람들이 멀쩡히 근무하고 있다"면서 가해자 구속과 관계자들 엄중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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