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31일 오전 전북도청 앞 풍경.
곤포 사일리지가 인도 가에 쌓여 있고 농성장으로 쓰이는 비닐하우스가 한 쪽에 가설돼 있습니다.
구호가 적힌 깃발이 가로수 사이에서 만장(輓章)처럼 흔들거립니다.
농촌 들녘이나 축사에 있어야 할 곤포 사일리지가 도청 앞에 적재되어 있습니다.
가까이 지나다보면 발효가 진행되는 건초 사료의 냄새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바람이 부는 날에는 비닐이 펄럭이는 소리에 깜짝 놀라거나 스산한 기분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같은 날 오후 전주시청 노송광장 앞에서 전주시청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역시 전북도청과 마찬가지로 인도를 따라 이어진 현수막이 노송광장을 포위하듯 둘러싸고 있습니다.
공원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시민들 뒤로 형형색색의 깃발이 어지럽게 나부낍니다.
바닷가라면 풍어를 기원하는 오색깃발로 환영을 받을테지만, 주변과는 썩 어울리지 않은 모습입니다.
'눈과 귀를 막은' 전주시의 답답한 행정도 문제지만
시민들의 '휴식과 길을 막은' 어지러운 현수막도 문제입니다.
전주시청사의 정문은 남쪽을 향해 있음에도 항상 닫혀 있습니다.
철제 셔터로 막힌 문을 볼 때마다 앞을 지나다니는 시민들은 암울하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모두를 위한 공간이어야 할 공공기관의 건물이,
특정한 몇몇의 주장과 대립으로 마음껏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그렇습니다.
공공기관의 건물을 모든 시민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현수막과 가설물 설치를 제한하는 조례라도 제정해야 하는 것일까요.
전북도청과 전주시청 주변을 포위하듯 감싸고 있는 현수막과 가설물을 보면서
몇몇의 주장만을 위한 정치적 공간이나 살벌한 문구가 담긴 현수막 보다는
모든 시민들을 위한 열린공간, 포용의 공간, 화해의 공간이 되는데 방해가 되지 않고
해학과 여유, 재치가 묻어나는 현수막으로 소통이되는 마당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요.
"공공기관 앞의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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