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 버짓(Carbon Budget)'이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말로는 '탄소 예산' 혹은 '잔여 탄소배출총량'으로 번역한다. 지구의 평균 온도를 1.5℃ 상승시킬 이산화탄소량에서 우리가 배출한 탄소량을 빼고 남은 한계 배출 허용량을 말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도입한 개념으로,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019년 프랑스 하원과 유엔 연설에 인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카본 시계는 1.5℃ 상승 때까지 6년 7개월 남았다고 가리킨다.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왜 1.5℃일까? 지구 평균 온도 2℃ 상승을 과학자들은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로 잡고 있다. 온난화가 급격해지고 지구가 복원력을 잃어 더이상 손쓰지 못할 시점이라는 뜻이다. 기준이 되는 산업혁명(1850~1900년 평균) 이후 백수십 년 동안 지구의 평균 온도(2017년 기준)는 1℃ 올랐고 세계는 많은 혼란을 겪었다. 2℃보다 훨씬 낮은(well low) 1.5℃를 허용 한계로 잡는 이유다.
2015 파리협정과 2018 IPCC의 합의에 따라 한국도 지난해 말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를 수립했다. 2050년에 탄소중립(Net-Zero), 즉 배출량과 흡수·제거량을 맞춰 더이상 탄소 농도가 증가하지 않는 상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실은 간단치 않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7억톤(2018년 기준)으로 세계 7위 규모다. 1인당 배출량도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확연히 높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석탄화력발전이 주된 이유다. 정부는 석탄 감축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지만, 지금도 국내에 7기, 해외에 3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2011년 9월 대규모 정전사태로 전력예비율을 높이면서 이전 정부에서 결정한 계획이지만, 정부는 '탈탄소 사회'와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도 탄소 감축 계획에 큰 차질을 빚는 발전소 건설을 재검토하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말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로 정한 24.4%도 주요 선진국에 크게 못미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에 받여들여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안에 목표치를 추가 상향해 다시 제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이 지난 17일부터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촉구하며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30일부터 양일간 '2021 P4G 서울 정상회의'가 열린다. 그는 P4G 회의에서 신규 석탄화력발전 백지화 결정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지난해 54일간 내린 폭우 등을 언급하며, 정부는 '북극곰'을 들먹일 게 아니라 당장 우리 국민의 안전과 민생을 챙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작은 천막과 청년이 있는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안일하고 느긋한 국가에 절박하고 다급한 경고가 던져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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