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은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에 70% 정도가 교대근무 인원다. 자회사 노동자는 3조 2교대로 일하기 때문에 4조 2교대로 일하는 공사 정규직에 비해 1년에 두 달 더 일한다. 하지만 평균 연봉은 정규직의 3분의 1인 3000만 원 수준이다."
"한국잡월드의 자회사인 한국잡월드파트너즈에서 일한다. 임금단체협상을 할 때마다 회사는 원청인 한국잡월드의 승인 없이 자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4년,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나아졌을까.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 사업장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처우 개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간접고용 구조에 기댄 모회사의 책임 회피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는 26일 용산 철도회관에서 '공공부문 자회사 노동실태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산업은행,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잡월드 등 9개 기관 자회사 노동자 11명이 참석했다.
올해 3월 기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완료된 사업장의 정규직 전환 노동자는 19만 2698명이다. 이 중 25.8%인 4만 9709명에 대해 자회사 방식의 전환이 이뤄졌다.
"처우 개선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간접고용 구조에 따른 모회사 책임 회피도 여전"
참가자들은 지난 12일 고용노동부가 구성한 '자회사 운영 실태 평가위원회'가 자회사 방식의 전환을 택한 공공기관 72곳의 자회사 운영 실태를 평가해 평균 50.4점을 매긴 사실을 언급하며 "노동자에게도 의견을 물어 조사를 진행했다면 더 낮은 점수가 매겨졌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먼저 처우 개선 및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김학열 한국잡월드분회 부분회장은 "한국잡월드의 직업체험강사들이 소속된 자회사 한국잡월드파트너즈의 기본급은 184만 6440원으로 최저임금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복지포인트는 정규직의 절반인 연 50만 원, 상여금은 정규직의 10분의 1 수준인 연 80만 원으로 식대 13만 원을 제외하면 원청과 자회사 간 복지 차별을 없애라는 정부 방침도 실행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형창 산업은행분회 부분회장도 "산업은행의 시설관리 자회사 KDB비즈의 임금은 7단계 직무급으로 짜여있는데 미화 1단계 기본급은 187만 1129원, 경비 1단계 기본급은 199만 1815원에 불과하다"며 "복리후생은 13만 원의 식대와 연 100만 원의 상여금, 연 40만 원의 복지포인트가 전부"라고 밝혔다.
간접고용 구조에 기댄 공공기관의 책임 회피가 여전하다는 목소리도 여러 사업장에서 나왔다.
권오상 인천공항지역지부 부지부장은 "2020년 임금교섭 당시 인천국제공항의 자회사 세 곳은 2.8%의 임금인상률을 고수하며 모회사인 공사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며 "모회사의 통제 아래 자회사의 독립성은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고 이것이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용한 남부발전운영관리지부장은 "한국남부발전의 자회사인 코스포서비스에 휴게실 설치와 여직원 화장실 확충을 1년 넘게 요구하고 있다"며 "사측은 '원청과 논의해보겠다. 장소가 없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 재검토해야"
배동산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팀장은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총액 기준 월 평균 256만 원으로 공공기관 정규직의 41% 수준"이라며 "신설 자회사 대부분이 인력공급서비스업, 경영지원서비스업을 주요 사업으로 명시하는 등 인력공급회사에 불과해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결정할 수 있는 독립적 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배 팀장은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인력공급회사에 불과한 공공기관 자회사의 직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