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를 뽑는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낸 초선 김은혜 의원이 경쟁자인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안티페미(反여성주의)적 언행을 비판한 것인데, 국민의힘 내에서 이 문제로 이 전 최고위원을 비판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김 의원은 21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최고위원도 똑똑하고 능력 있고 그런 면에서 상위 1%로 살아온 후보와 다름없는데, 99%의 삶도 돌아봐야 그게 제1야당 대표 선거의 의미"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밤거리가 두려운 것은 피해망상'이란 취지로 이야기를 했던데, (여성의) 불편함과 불공평·불평등을 피해망상이라고 봐선 안 된다"고 이 전 최고위원을 정면 비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8일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당연히 보정해야 한다"면서도 "일각의 문제 제기는 너무 비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보면서 전혀 공감이 안 됐다. 해당 책 작가는 '자신이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는데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 아닌가"라고 말해 추가 논란을 낳았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공격당할까 봐 두려움을 갖는 한국 여성의 보편적 두려움을 못 본 척하거나 모르는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번 토론해 보고 싶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능력주의자의 시선으로 보면 모든 게 불공평해 보일 수 있겠지만, 모든 청년이 이 전 최고위원은 아니지 않느냐"며 "당 대표 선거라는 건 국민 전체의 아픔을 보듬으면서 그 부분에 대한 해답을 내야 하는 것이다. 국민을 가르거나 나눌 수밖에 없는 결과가 초래되면 안 된다"는 지적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문제의 <한경> 인터뷰에서 또 "여성의 기회 평등이 침해받는 이슈가 '있다면' 얼마든지 목소리를 낼 것이다. 다만 특정이 가능한 이슈여야 한다"며 "2030 여성들이 소설과 영화 등을 통해 본인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근거 없는 피해의식을 가지게 된 점도 분명히 있다. 막연히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정도로는 안 된다"고 하기도 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등 여성 차별 현실을 부정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 당사자들의 호소를 "망상", "소설·영화를 통해 갖게 된 근거없는 피해의식"으로 표현한 것은 그간의 안티페미니즘 언행 가운데서도 특히 논란이 될만한 발언이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앞서도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 데 어떤 제도적 불평등과 차별이 있느냐"고 여성이 한국사회에서 겪는 차별을 부정하고, 여성혐오·성착취 범죄 비판에 대해서는 "개별 범죄를 끌어들여서 특정 범죄의 주체가 남자니까 남성이 여성을 집단적으로 억압·혐오하거나 차별한다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여성 공직할당제를 "수치적 성평등에 (대한) 집착"이라고 비판하는 일간지 기고를 하기도 했다.
이런 이 전 최고위원의 논란성 언행에 대해 언론과 시민사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정작 국민의힘 당내에서는 이렇다할 비판이 제기되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김병민 비대위원이 당 비대위 회의에서 "보궐선거 이후 첨예화되는 '젠더 갈등' 논쟁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정당이 나아가야 할 변화의 방향과 전혀 다른 엉뚱한 논쟁으로 변질하는 듯해 답답하다"며 "극단적 대결 구도로 치닫는 젠더 논쟁에 정치가 편승해 불에 기름을 붓기보다는 어떻게 갈등을 조정하고 실질적 양성평등 구현 기반을 닦아 나갈지 고민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적 역할"이라고 간접적으로 지적을 한 정도였다.
그나마 김 비대위원도 "그간 여성의 사회참여와 실질적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답을 내놓기 위한 새 출발선에 서야 할 지점"이라고 하면서도 "물론 양성평등을 위해 마련한 제도가 누군가에게 또 다른 불평등의 영역으로 확대돼 고통의 제로섬 게임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라는 첨언을 덧붙였었다.
그런 사이 이 전 최고위원은 이른바 '20대 민심'의 대변자로 국민의힘 내 신진 세력의 대표격이 되다시피 했다. 당 대표 선거에 도전장까지 냈고, 여론조사에서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할 정도로 유력 주자 위치에까지 올랐다. 김 의원의 이날 '첫 비판'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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