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 도래라는 조선 산업의 중장기 호황을 알리는 세계 조선시장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국내 조선업의 물리적 구조조정에 나선 정부의 방침은 변하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EU, 일본, 한국 경쟁당국의 결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기로 한 초기 시점부터 이 인수·합병 건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독점재벌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만 절차를 진행해 온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가운데 고용, 산업위기, 불공정문제 해결없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20일 오전 10시30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진행됐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 민주노총,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조선3사 하도급갑질피해하청업체대책위, 참여연대가 공동주관한 기자회견에서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처분이 현대중공업 재벌 일가 이익 우선 부합하는 추진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5년 이후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해 최소 7조1000억 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출자전환과 영구채 매입 등을 모두 포함하면 12조 원을 훌쩍 넘는 국가의 자원이 투입됐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막대한 기금을 들여 살려놓은 대우조선해양을 불과 2조 원 규모의 신주와 맞바꾸는 것에 대해 정부와 산업은행은 어떠한 공적인 책임도 느끼지 않는 것인가. 정부와 산업은행은 왜 ‘헐값매각’, ‘비용의 사회화, 이익의 사유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인가” 라고 반문했다.
이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양사의 조선수주 점유율 합계는 50%를 넘고 경쟁업체와의 점유율 격차는 25%p 이상에 해당하므로 공정거래법 상 경쟁제한성 요건에 해당한다. 양사 합병 후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다. 이것이 고용위축, 산업 내 수요-공급사슬 위기, 지역경제 황폐화 등 부작용을 상쇄할만큼의 효율성 증대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노동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은 공정거래법 상 경쟁제한성 요건에도 기업결합이 허용되는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현 공정거래법에 따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무조건 기업결합은 불가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만약 경쟁제한성 완화를 조건으로 기업결합이 승인되어 기술이전이나 생산축소 등이 진행된다면, 이는 오히려 기업결합을 추진의 구실마저도 퇴색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가의 자원을 동원해 살려놓은 대우조선해양을 오직 정몽준 총수 일가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매각하는 것은 조선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경제 구조 확립을 위해서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현대중공업 재벌 총수 일가만을 위한 양대 조선사 기업결합에 대해, 고용·지역경제·산업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침식하고 불공정거래를 영속화하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와 산업은행은 현재 소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공적책임을 벗어던지는 것에만 골몰하지 말고 무엇이 국가경제와 국민복리에 기여할 것인지를 재고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양대 조선사 기업결합에 대해 법과 원칙에 입각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번 기업결합 승인심사가 완료될 때까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부당 인수·합병 저지를 위해 단호히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지난 18일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세중시 공정거래위원회에 거제시민 11만 명이 서명한 매각 반대 서명지를 전달하고 두 기업 합병을 불허하라고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는 거제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나서 744일째 대우조선매각 반대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등 6개국 경쟁 당국에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가장 중요한 EU의 승인 여부는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심사를 세 차례 일시 유예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산시설 축소나 국내 기업 또는 해외 기술 이전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이럴 경우 국내 조선업은 잃을 것 밖에 없는 합병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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