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청원을 통해 자신의 실명을 밝힌 영남대학교 교수가 동료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대학이 이를 덮으려 한다고 폭로한 것과 관련, 사건 향방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진실’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여교수가 靑 청원을 통해 폭로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영남대가 강간을 덮으려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방에 있는 대학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권력으로 덮어버리는 일을 고발하고자 한다”며 청원 이유를 밝혔다. 그는 “같은 동료 교수로 같은 센터에 근무하던 A교수에게 강간을 당했다”면서 “여자로서 세상에 나 강간당했다고 말하는 것은 죽기보다 수치스러운 일입니다만 용기를 내서 제 실명을 밝히고 공개 한다”며 글을 시작했다.
자신의 실명이 김혜경 교수라고 밝힌 청원인은 “여자 교수로서 동료 교수에게 강간을 당해도 영남대는 덮기에 급급하다”고 주장하며 “영남대 부총장이 같은 센터를 감독하고 있어 정 모 교수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분리조치를 요청했으나 돌아온 말은 ‘시끄럽게 하려면 나가라’였다”며 “그 후로는 오히려 저를 내쫒으려고 보직을 없애고 회의에 부르지 않는 등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호소했다. 또 “영남대는 거창하게 성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 뭔가 하는 척만 할 뿐, 학생들과의 분리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저는 제 실명을 공개했으니, 제가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생각하면 고소하라”며 “숨죽이고 뒤에서 우는 많은 여성들을 대신해 호소한다. 여러분께서 힘이 되주시고 이렇게 영남대가 권력으로 사건을 덮으려는 처사를 감시 해 달라”며 글을 마쳤다.김 교수가 올린 청원의 실명, 대학 명 등은 관리자에 의해 익명으로 처리됐고 청원은 게시일로부터 4일이 지난 15일, 20만명 이상 동의를 얻어 답변을 대기 중이다.
◆‘강간 사건’ 대한 공방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이 사건이 세상 밖으로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만은 아니다. 지난 2월 김혜경 교수가 정 모 교수를 강간 혐의로 고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사건은 조명을 받았다. 이어 김혜경 교수의 국민청원 폭로가 나오자 순식간에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김 교수는 지난 2019년 6월 정 교수와 함께 회식 후 정 교수가 집에 바래다준다며 집까지 들어와 완력으로 자신을 강간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소 내용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건의 향방에 대해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더불어 국민청원글 까지 올라오면서 사건의 ‘진실’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논란이 일자 해당 센터장이 입장을 밝혔다. 지난 13일 오전 영남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국민청원 관련 센터장 입장문’이라는 제목으로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서 주 모 교수는 “고소인 A교수는 2020년 9월 11일 현재 피의자 B교수가 아닌 C교수가 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하며 다른 C교수에게 경고를 주라는 메일을 저에게 보내왔다”며 “A교수는 위 메일에서 B교수도 문제가 있으나 본인이 이야기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성희롱에 대해 당사자 사이 주장이 극명하게 대립돼 센터장으로서 사실 관계를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해10월 28일 A교수에게 이메일로 적법한 절차를 통해 사실을 밝히자 했고, 위 성희롱 사건에 대해 진실을 밝혀 달라는 진정서를 준비해 11월 2일 양성평등센터에 신고를 했다”면서 “반드시 피해자의 동의가 있어야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해 A교수에게 문자로 동의 여부를 물었지만 A교수는 11월 4일 동의가 필요한 절차는 본인이 알아서 하겠다며 동의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왔고, 그 후로 당시 양성평등센터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 교수는 “양성평등센터 조사와는 별도로 법무감사실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덧 붙였다.
그러면서 “위와 같이 양성평등센터와 법무감사실에 본인이 먼저 진정을 한 증거가 있으므로, 센터장이 신고를 못하게 강요했다는 A교수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 주장에 해당하다”며 “A교수가 주장하는 성폭력은 센터 설립 이전에 발생한 일이라 은폐의 여지가 없고, 본인은 지난 2월 8일부터 부총장직을 수행했기 때문에 부총장직과 이 사건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영남대학교 입장과 내·외부 반응은?
영남대 측은 김혜경 교수가 “영남대가 강간을 덮기에 급급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학교 측은 지난 13일 <프레시안>에 총장 명의로 보내온 입장문에서 “이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동안 어떠한 사실을 덮거나 축소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영남대 측은 <프레시안>의 e메일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김 교수의 주장(청원글)과 영남대 주장(안내문)이 엇갈리는 점, 이번 사건에 대해 인지한 시점 등에 대해 “해당 내용(김 교수의 주장, 전 부총장의 주장 등 관련 내용)은 학교 양성평등센터에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조사 중인 사안은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학교 양성평등센터에서는 4월 20일 공식 접수했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를 당했다” 주장하는 김 교수는 실명을 공개하며 까지 피해사실을 폭로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 “여성으로서 삶을 내려놓은 것과 같다”는 반응이 있다. 반면, 영남대는 입장문에서 ‘성 관련 의혹’으로 단정 지은 것에 대해선 “본 사건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현재 사건의 당사자는 고소인과 피고소인 신분으로 알려져 있다”며 “대학에서는 현재 수사기관의 수사결과를 주시하고 있으며, 대학 자체적으로 관련 규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강간 혐의자 은폐, 안전 수업 보장하라” 영남대 학생 1인 시위나서(본보 5월 14일자 단독보도)와 관련 재학생 1인 피켓 시위와 여성단체, 시민단체 활빈단 등은 영남대 측의 진상규명과 2차가해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진실’이 조속하게 밝혀지길 바라는 반응이다.
한편, 경찰은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정확한 사실 관계가 규명되지 않아 추가 조사가 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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