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퇴할 뜻을 밝혔다. 남양유업은 지난 몇 년 동안 수차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서 비판을 받아왔으나 홍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직접 사과의 뜻을 전한 건 처음이다.
다만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 마약 사건, 경쟁사 비방 댓글 사건 등 과거 논란이 된 사건을 언급하면서도 사내 성차별 사건은 언급하지 않았다.
홍 회장은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과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지 22일 만이다.
홍 회장은 이날 불가리스 사태뿐 아니라 그간의 여러 논란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홍 회장은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며 "최근 사태 수습을 하느라 이러한 결심을 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모든 잘못은 저에게서 비롯됐으니 저의 사퇴를 계기로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주고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고 성원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채용부터 임금 및 승진에 이르기까지 성별에 차이를 둔 성차별 관행이 알려지면서 비판받았다. 정규직 여성 노동자가 결혼하면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임신을 하면 임금을 삭감하고 퇴사를 종용하는 등의 사내 관행이 알려지고 홍 회장이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지만 당시 검찰은 무혐의 처리했다. 남양유업은 다음 해인 2014년 여성단체로부터 성평등 걸림돌로 선정됐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KRIBS)과 함께 개최한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를 비롯해 질병관리청 등이 해당 결과가 임상시험이나 동물시험을 거치지 않았다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논란이 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에 대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관할 지자체인 세종시에 행정처분을 의뢰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기획마케팅총괄 본부장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전날 사퇴했다.
다음은 홍 회장 사과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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