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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색 드러내는 카카오, '벙어리 냉가슴' 플랫폼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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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색 드러내는 카카오, '벙어리 냉가슴' 플랫폼 노동자들

점유율 높아지자 이용료 높이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뿔난 대리‧택시 노동자들

김현정(가명) 씨는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오후 7시부터 새벽 2시~3시까지 일한다. 플랫폼인 대리운전앱에 속해 있다. 수도권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휴대전화 앱에서 온(on) 버튼을 누르면 그날 대리운전사를 콜(call)한 손님들의 전화번호와 위치, 금액 등이 뜬다. 김 씨는 이들 콜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일할 수 있다. 다만 가격이 좋고, 가는 길이 짧은 일명 '좋은' 콜은 금세 사라진다.

플랫폼에서는 고객을 소개해주는 대가로 김 씨에게서 20%의 수수료를 떼어간다. 2만 원 대리비를 받으면 이 중 4000원을 제하는 식이다. 대리운전을 한 지는 20년 가까이 됐다. 이제는 나름 베테랑이다.

새벽 2~3시에 끝나는 일인지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쉽지 않다. 김 씨는 대리기시들만 타는 '셔틀 버스'를 이용한다. 예를 들어 김 씨가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대리일이 끝났는데, 집인 일산으로 가고 싶다면, 강남에서 출발해 일산으로 가는 노선을 가진 셔틀 버스에 전화를 한다. 그러면 셔틀 버스가 정해진 장소에 서 있는 김 씨를 태우는 식이다. 한 번 타는데 3000원의 비용이 든다. 사기도 많다. 한 달 치를 미리 냈는데, 갑자기 운행을 중단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진상' 고객을 대응하는 나름의 노하우도 있다.

"나름 오래 했잖아요. 제가 손님을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석에 앉아요. 그리고는 '제가 의자와 사이드미러를 맞추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까칠한 사람은 '내일 아침에 맞추기 귀찮으니, 의자로만 조절하세요' 이래요. 더 까칠한 사람은 '아무것도 손대지 말고 그냥 가세요' 이럽니다. 만약 아무것도 손대지 말라고 하면, 운전을 거부하고 내려요. 이런 분을 상대로 대리운전하면, 운전 내내 별의별 소리를 다 듣거든요. 차라리 시간 손해 본 걸로 하고 정신건강을 지키는 게 더 이익이에요."

▲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8 카카오모빌리티 미디어데이에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는 대리앱 단가

‘아' 다르고 '어'가 다른 법. 어떤 손님은 시동을 걸자마자 김 씨에게 운전기사에게 지시하듯 '신호 지키세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주차까지 다 마쳤는데, 앞바퀴가 약간 틀어졌다며 일자로 해 달라는 손님도 있다. 그러면 두말하지 않고 해줘야 한다. 평점테러를 받을 수 있다.

어느 정도 제재는 있었다. 보통 대리기사가 콜을 선택하면, 언제 도착할지 등을 설명하기 위해 고객과 통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고객과 통화한 뒤, 가지 않을 경우, 대리앱에서는 30분간 콜 받은 화면을 블라인드 처리한다. 일종의 페널티다. 지금은 손님과 통화를 할 경우에만 블라인드 처리하지만, 얼마 전까지는 잘못해서 콜을 잡았을 경우에도 500원을 제하는 페널티로 부과했다.

대리앱에 뜨는 콜 정보에는 고객과 대리기사와의 거리도 명시돼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대리기사를 부르는 장소와 현재 대리기사가 있는 장소와의 거리가 몇 킬로미터인지를 알려준다. 대리기사는 이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대략 몇 분 걸리니 기다려달라고 전화하는 식이다.

문제는 앱에서 명시하는 거리는 실물 거리, 즉 씨줄과 날줄로 얽힌 도로상 거리가 아닌 비행기로 날아가는 직선거리를 명시한다는 점이다. 앱에서 고객과의 거리가 1km라고 해서 걸어가면, 손님은 이미 다른 대리앱을 이용해 자리를 떠나고 없는 식이다. 김 씨도 초반 대리앱을 이용할 때는 이 때문에 꽤나 골탕을 먹었다.

한 번은 콜을 받고 장소에 갔는데, 고객이 사라진 뒤였다. 대리앱 쪽에 연락하니, 김 씨가 늦게 와서 고객이 취소했다고 했다. 그런데 고객이 있던 장소는 금방 올 수 있는 곳이 아닌 외진 곳이었다. 이유 불문이었다. 2만5000원이 대리요금이었는데, 대리앱에서는 이를 완료 처리를 했다. 김 씨는 운행도 안 했지만, 5000원의 수수료를 빼앗겨야 했다. 화가 났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를 제기하고 싸우면 대리기사에게 불이익이 떨어졌다. 대리앱에 '락'이라도 걸어버리면 답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대리운전 단가는 낮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대리앱이 나오면서 대리앱 경쟁이 붙었기 때문이다. 자연히 대리운전으로 '투잡'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김 씨도 어쩔 수 없이 카카오대리앱에 가입했다. 경쟁이 많아지니 대리운전비용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점유율 높아지자 유료화 나선 카카오모빌리티

2015년 대리앱에 뛰어든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기사들에게 20% 수수료 이외의 기존 대리기사들이 내야 하는 보험료 등 별도 비용을 받지 않았다. 그러던 카카오는 3년 뒤, 일정 시간 콜을 우선 배정받는 '프로단독배정권'을 내놓으며 유료화에 나섰다.

'프로단독배정권'은 건당 20%를 떼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한 달에 2만2000원을 대리운전기사가 추가로 내면, 더 많은 콜을 보장하고, 단독 콜을 배정하는 등 콜 배정에 있어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주는 제도다.

자연히 대리운전 기사들은 '프로단독배정권'을 매달 돈을 주고 가입할 수밖에 없다. 가입하지 않으면, 소위 '똥콜'만 배정받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리운전 기사들이 가입하는지라 가입하지 않는 대리운전 기사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실상 별도의 프로그램 사용료인 셈이다. 대리앱 시장에서 카카오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일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2015년 택시에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며 시장에 출시한 카카오T도 마찬가지다. 2021년 3월, 월 9만9000원의 택시기사 전용 ‘프로 멤버십(유로 배치권)’을 출시했다. 여기에 가입하면 택시기사가 원하는 목적지의 콜과 현재 자기 주변 콜 위치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를 선택하지 않아도 기존 카카오T 서비스는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응은 다르다. 택시 호출의 유료화 수순이라고 해석한다. 유료 배치권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카카오T에서 '콜'을 제대로 배치하지 않을 게 뻔하다는 것이다.

카카오T 서비스는 2021년 기준으로 고객 콜을 택시기사에 전달하는 중개사업의 80%(호출 중개 무료서비스로 이용객 2800만 명)나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콜'의 질과 양이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신들과 가맹 계약을 맺지 않은 VCNC, 우버코리아, KST모빌리티 등 다른 가맹택시 운전수들에게 카카오T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일정 수수료를 내라는 업무제휴 제안을 했다. 말이 제안이지 사실상 자신들과 가맹 계약을 맺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택시 운전사들은 매출의 약 20%를 카카오모빌리티에 지불한다.

▲ 지난 1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비스연맹

대리‧택시노조 "독점적 지위로 횡포를 부리지 말아 달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은 1일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운수 업계 호출앱 분야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대리운전 기사, 택시 업계를 상대로 더 높은 이익 올리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한 횡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노조 설립 신고필증을 받아 노조법상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전국대리운전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신들이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대리운전노조의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라는 판정을 내놨고, 지난 4월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취지로 판정했다. 카카오모빌리티를 사용자로 인정한 것이나 여전히 교섭에 임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카카오모빌리티는 운수업계 플랫폼에 진출하며 상생을 약속했으나 플랫폼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한 지금 시점에는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대리운전 기사, 택시 업계에 갑질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정 사회에 대한 사회적 열망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더이상 독점적 지위를 활용한 횡포를 부릴 것이 아니라 애초에 약속했던 상생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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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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