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이, 시상식 후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인종 차별을 에둘러 비판했다.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각)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후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마련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사람을 인종으로 분류하거나 나누는 것은 좋지 않다"라고 밝혔다.
윤여정은 최근 아시아 영화의 약진과 할리우드의 다양성 확대에 대해서도 "심지어 무지개도 7가지 색깔이 있다. (무지개처럼) 여러 색깔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 "무지개처럼 모든 색을 합쳐서 더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고 백인과 흑인, 황인종으로 나누거나 게이와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라며 "우리는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평등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라며 "서로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여정은 앞서 영국 아카데미(BAFTA), 미국 배우 조합상(SAG) 등 전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42관왕을 달성하며 유머러스하고 뼈 있는 수상소감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날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내 이름은 윤여정이지만, 유럽인 대부분은 절 그냥 '여영'이라고 부르거나 '유정'이라고 부른다. 오늘 밤만큼은 모두 용서하겠다"라고 했다.
윤여정은 "저는 경쟁을 믿지 않는다. 제가 어떻게 글랜 클로스를 이길 수 있겠나. 그러니 모든 다섯 명의 후보들 모두가 각자의 영화와 각자의 역할에서의 승자다. 우리는 서로 경쟁한 것이 아니다"라며 "제가 오늘 밤 여기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다. 혹은 한국인 배우에 대한 미국인들의 환대 덕분이거나. 어찌 됐든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이어 "저를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제 두 아들에게도 감사하고 싶다.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라면서 "그리고 이 모든 영광을 저의 첫 감독이었던 천재적인 김기영 감독에게 돌리고 싶다. 그와 처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아마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몹시 기뻐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여정은 지난 12일 미국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제 두 아들은 한국계 미국인인데,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아들이 오스카 시상식을 위해 미국에 가려는 나를 걱정한다"라며 미국 내에서 번지는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증오 범죄에 대한 우려를 에둘러 표현했다.
또 지난 11일 영국 아카데미(BAFTA) 시상식에서는 "모든 상이 의미있지만 이 상은 고상한 척하는 영국인들에게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영화 <미나리>는 재미교포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실화를 담은 영화로, 미국 아칸소로 이민 온 한국 가족의 이야기다. 윤여정은 손주를 돌봐주러 온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한국 배우로는 최초이자 영화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의 아시아 여성 배우다.
윤여정은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1971년 영화 <화녀>로 스크린에 데뷔한 후 <사랑과 야망>,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끈 드라마는 물론, <돈의 맛>, <죽여주는 여자>, <여배우들>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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