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ASEAN)이 오는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특별정상회의에 미얀마 군부 최고 실력자인 민 아웅 훌라잉 최고사령관을 초청했다.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는 미얀마 사태의 지역적 해법을 논의하려는 목적으로 개최된다.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 등 8개국의 참여가 예정돼 있다.
아시아 각국의 시민 사회에서 이 같은 자리에 쿠데타로 집권한 후 시민을 학살하는 군부 최고 책임자를 공식 외교 무대에 초청한 행위는 비도덕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울러 학살 책임자가 아닌, 군부에 맞선 국민통합정부(NUG) 대표가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시아 전역의 지역사회 활동가 모임인 아시아주민조직연대(LOCOA)는 22일 줌으로 온라인 컨퍼런스를 열어 "올해 2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뒤 평화적 시위대 4000여 명이 체포됐고 현재도 3000여 명이 구금돼 있다"며 "미얀마군이 무참히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738명 가운데는 5살 나이의 어린 피해자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아시아연대는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 군부를 아세안 정상회의에 초청하는 것은 국가 권력의 불법과 무력 탈취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행위"라며 "아세안과 회원국은 미얀마 군부에 보낸 정상회의 초청을 즉시 취소하고 국민통합정부를 미얀마의 유일한 정부로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통합정부는 민주진영과 소수민족 무장단체, 반군부 시위대 등이 군부에 맞서기 위해 출범한 의원내각제 형태의 정부다. 지난 16일 11개 부처로 이뤄진 과도 내각을 구성했고 현재 연방군 창설 작업, 국제적 지지를 요청하는 활동 등을 하고 있다.
국민통합정부 지도자는 만 윈 카잉 딴 임시 총리와 두와 라시 라 대통령 대행이다. 이들은 각각 소수민족인 카렌족과 카친족 출신이다.
참여연대,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등 328개 단체로 구성된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단체모임'도 이날 인도네시아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통합정부 대표를 아세안 정상회의에 초청하라는 공개서한을 아세안 지도자들에게 보냈다.
시민모임은 "우리는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번 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것을 환영한다"며 "그러나 미얀마 쿠데타에 대한 아세안 회원국의 입장이 각자 다른 상황에서 아세안이 이번 사태를 미얀마 국내 문제로 간주해 '내정간섭 불가와 주권에 대한 과다한 존중'이라는 '아세안 방식'에 따라 의미 있는 행동을 자제하는 결론을 내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모임은 "미얀마 군부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민을 상대로 한 폭력과 살인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아세안의 집단적이고 의미 있는 행동만이 정당화될 수 있다"며 "불법적 군부세력이 미얀마의 대표로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거부하고 합법적 대표인 국민통합정부가 정상회의에 참석하도록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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