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시안들에 대한 차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문제가 너무 심각해졌다. 한인들 뿐 아니라 아시안들이 같이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상호 존중과 궁극적으로 사랑의 가치를 바탕으로 해야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의 부인 유미 호건 여사가 21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AAPI)들을 대상으로한 증오범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유미 여사는 최근 CNN에 아시안 증오범죄에 대한 기고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발언해왔다. 메릴랜드가 지난 9일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아시안범죄 대응팀(workgroup)을 출범시키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도 그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호건 주지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실무팀 발족 배경에 대해 가족들이 직접 겪은 인종차별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유미 여사와 3명의 딸, 1명의 사위, 4명의 손자손녀가 한국계다. 대응팀은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 및 목격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략, 권고안 마련 등을 담당할 계획이며, 위원장은 한국계 로버트 허 전 메릴랜드 연방검사장이 임명됐다.
유미 여사는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유에 대해 "(인종차별이) 우리 세대에서 끝나는 게 아니구나. 2세, 3세들까지 차별을 겪게 되니까 목소리를 내야 겠다는 생각이 더 들게 됐다"며 "결국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적으로는 유권자 등록을 하고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도 미국 시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정치적 힘을 결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적 활동 뿐 아니라 자원봉사 등을 통한 지역 활동도 많이 하고 계속 얼굴을 내미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여성 4명 등 아시아계 6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진 애틀랜타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그는 "누가 봐도 아시아인 혐오 범죄인 것은 사실이고 경찰이 다르게 해석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미 여사는 아시안 증오범죄의 가해자가 흑인인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흑인들이 노예로 미국에 끌려와서 정말 인종차별을 받으며 어렵게 살았다"며 흑인들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LA 폭동 때도 평소에 가난한 흑인들을 많이 도왔던 한인 여성의 가게는 오히려 흑인들이 ‘마마의 가게’라면서 지켜줬던 사례가 있다. 지난해 흑인들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 때 아시안들이 많이 참여했다"고 서로 소통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확보 문제와 관련해 유미 여사는 "너무나 도와드리고 싶은데 (미국 백신 관리를) 연방정부가 한다"며 "할 수 있는 건 남편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 호건 주지사의 차기 대선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그런 문제에 남편이 굉장히 말을 많이 아낀다"며 "메릴랜드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봐야 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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