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정세균 국무총리 후임으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명했다.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해양수산부 등 5개 부처 개각도 단행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에 따라 '민심 수습' 차원의 국면전환용 중폭 개각이다.
청와대는 개각과 청와대 개편, 총리 지명 수순의 순차적 교체를 고려했으나, 동시 교체로 방향을 잡고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인선을 결과를 발표했다. '인적 쇄신' 효과를 배가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유영민 실장은 "이번 개각을 지난 선거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고 또 심기일전해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차기 총리로 지명된 김부겸 내정자는 중도 성향으로 '친(親)문' 색채가 옅은 데다, 대구 출신이라는 점에서 통합형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임인 이낙연 전 총리와 정세균 총리는 모두 호남 출신이었다. 4선 의원 출신으로 풍부한 정치 경험을 지닌 데다 장관 임명 당시 인사청문회를 거친 터라 검증 과정에서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란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 실장은 김 내정자에 대해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식견, 정무 능력과 소통 능력, 대화와 타협, 합리적 성품을 가진 분으로 코로나19 극복, 부동산 부패 청산, 경제 회복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해결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역주의 극복과 사회개혁, 국민 화합을 위해 헌신하고 행안부 장관으로서 각종 재난과 사고로부터 국민 안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국민으로부터 폭 넓은 지지와 신뢰를 받았다"며 "전 부처를 아우르는 노련한 국정 운영을 통해 일상을 되찾고 경제를 회복하며 격차를 좁히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선 출마가 예상되는 정세균 총리는 이날 마지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후 이임식을 연다. 문 대통령은 정 총리에게 "내각 떠나는 것 매우 아쉽지만 이제 자신의 길 갈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면서 "언제 어디서든 나라와 국민 위해 봉사해 주길 믿는다"고 말했다고 유 실장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제2대 국무총리 맡아 국정 전반을 잘 포괄하며 또 내각 안정적으로 이끈 데 대해 깊은 감사 말씀드린다"며 "그동안 정 총리께서 보여주셨던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방역지침 마련하고 방역 현장에 달려가 불철주야 땀 흘린 모습은 현장중심 행정의 모범"이라고 덧붙였다.
'LH 사태' 책임진 변창흠 후임에 노형욱
문 대통령은 5개 부처를 대상으로 한 개각도 단행했다. 정치인보다 관료와 전문가 출신들을 발탁해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 이후 전 LH 사장으로서 책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후임으로는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했다. 노 전 실장은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국조실장을 지냈다.
유 실장은 노 내정자에 대해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여 국토 분야는 물론 국정 전반의 이해도 높고 혁신적이며 과감한 추진능력으로 다양한 국가적 현안에 대처했다"면서 "최근 부동산 부패 현안이라는 시대 이념을 잘 구현하고 LH 환골탈태, 국토균형 발전 등 당면 과제를 속도감 있게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1년 반 이상 재직한 장수 장관들도 교체됐다. 노동부 장관으로는 노동부 출신인 안경덕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이 발탁됐다. 산업부 장관에는 문승욱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을 발탁했고, 해양수산부 장관으로는 박준영 현 차관이 승진했다. 과기부 장관에는 임혜숙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발탁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와 개 부처 장관, 청와대 참모진까지 대대적으로 인적 쇄신이 이뤄지는 가운데 경제부총리까지 한꺼번에 교체할 경우 국정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후임 총리의 인사청문 과정이 끝날 때까지는 총리 권한대행 역할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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