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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도 아니고 '3등 시민'...트랜스젠더 절반이 일자리 잃거나 '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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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도 아니고 '3등 시민'...트랜스젠더 절반이 일자리 잃거나 '무직'

저임금, 불안정 노동, 해고 위험을 안고 있는 트랜스젠더…차별금지법 반드시 필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강제 전역 당한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 역시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한 전 음악교사 고 김기홍 씨 등. 타고난 신체의 성별(지정성별)과 성별에 대한 인식(성별정체성)이 다른 트랜스젠더는 고용에 있어 심각한 차별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가 13일 온라인 토론회 '차별금지 사유로서 성별정체성이 드러낸 의미'를 열고 트랜스젠더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주민번호의 낙인, 고용에서의 차별 비율 유독 높아

토론회에 참석한 임푸른 행동하는성소수자 인권연대(행성인) 활동가는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커밍아웃 후 가족과 단절된다. 의지할 가족도, 수입도 얻기 힘들어 생존 자체가 어렵다"면서 "트랜스젠더의 높은 우울 증상과 자살충동에는 노동권 문제가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전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591명의 트랜스젠더(트랜스여성 189명, 트랜스남성 111명, 논바이너리 291명)를 대상으로 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랜스젠더의 85%(500명)가 월 평균 임금 200만 원 미만으로 조사됐다. 특히 '현재 소득 없음'에 응답한 비율은 55.4%(326명)에 달했다.

고용형태도 열악했지만, 트랜스젠더는 '어딘가에 고용돼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비율이 낮았다. '성적지향'이 다른 성소수자인 동성애자·양성애자와 비교했을 때 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트랜스젠더가 14.6%로 동성애자·양성애자(25.8%)보다 낮았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도 트랜스젠더가 12.2%, 동성애자·양성애자가 24.9%로 나타났다.

반면 자영업의 경우 트랜스젠더가 10.5%로 동성애자·양성애자 4.7%보다 높았고, '무직'의 경우도 트랜스젠더가 23.9%로 동성애자·양성애자 12.5%보다 높았다.

트랜스젠더는 구직과정에서부터 차별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았다. 트랜스젠더의 57.1%가 정체성을 이유로 채용에 지원하는 것 자체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채용에 지원했더라도 후에 입사가 취소되거나 채용이 거부된 경우도 15.9%로 적지 않게 나타났다.

직장을 다니더라도 직장 내 화장실 등을 이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체성 노출, 업무배치와 승진 등에서 부당한 대우, 사직 권유나 해고·재계약 거절 등을 경험하는 비율도 43.6%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이런 부당한 대우에 대부분(93.9%)이 '참거나 묵인했다'고 답했다.

부당해도 항의하지 못해…실효성 있는 구제수단 필요

2017년 행성인이 펴낸 '나, 성소수자 노동자'에 소개된 사례는 트랜스젠더의 열악한 노동권을 잘 드러낸다.

초희(가명) 씨는 구직과정에서 "우리는 그런 사람 안 받아요"라는 말을 듣는 일이 많았다. 한번은 "주민번호가 남성이고 목소리도 굵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것 같다"는 말도 들었다. 그래도 여성으로 패싱(겉모습이 여성)이 잘 되는 초희 씨는 한 공장에 취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초희 씨의 소개로 온 다른 트랜스젠더들은 패싱이 되지 않아 면접에서 떨어졌다.

필리핀에서 온 이주노동자 미셸(가명)은 FTM 트랜스젠더다. 그를 남성으로 본 고용주들은 구직 서류의 '여성' 표기를 보고 "이거 정말 당신이냐"라고 묻는다. 취직을 해도 문제였다. 언어적, 성적 폭력에 쉽게 노출됐다. 동료들은 미셸을 보고 대놓고 "비정상"이라고 말하거나, "너 남자야? 여자야?"라고 말하며 미셸의 몸을 만지기도 했다.

▲유튜브채널 '연분홍TV' 중계화면 갈무리

임푸른 씨는 트랜스젠더의 노동권이 보장되려면 성별 블라인드 채용, 직장 내 성중립적 공간 마련 등 "차별없는 직장 문화가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있어야 이주노동자 트랜스젠더 미셸의 경우와 같은 복합차별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씨는 "미셸이 겪는 차별은 한가지로 설명이 안 된다. 이주노동자이자 성소수자로 이중 차별을 받고 있다는 말로도, 이주노동자로 차별받아 성소수자로서의 차별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도 말하기 힘들다"면서 "미셸처럼 트랜스젠더 이주노동자, 트랜스젠더 장애인, 트랜스젠더 청소년 등 여러 사례가 존재한다. 차별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임 씨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트랜스젠더가 구직 과정 및 직장 내에서 겪는 차별 경험을 더욱 세밀하게 조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라며 "차별을 가시화해 법과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고, 또 차별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구제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도 "트랜스젠더가 겪는 차별을 가시화하기 위해 '성별정체성'이 포함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트랜스젠더의 차별은 없는 것이 아니라 만연해 있으면서도 사회적 낙인과 혐오로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일 뿐"이라며 "차별금지법에 '성별정체성'을 명시하는 것은 더 이상 국가가 이러한 차별의 경험을 '없는 것'으로 보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또 이를 통해 트랜스젠더를 비롯해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은 이들이 더 많이 자신의 경험을 드러낼 수 있게 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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