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한국이 미국 편에 서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담보하기 어려워진다며 한국은 모든 국가와 좋은 관계를 맺는 이른바 '초월적 외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이사장은 11일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3월 중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 당시 공동성명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가 명시되지 않았다며 한미 간에 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국이 미국 편에 서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담보하기 어려워진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 편에 설 경우) 중국은 북한 지원에 주력할 것이고, 러시아도 가세해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며 "최전선에서 대치하는 한국의 안보 부담이 한없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중국을 의식해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 협의체)에도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 정부는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지역의 협의체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이러한 입장이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을 친(親) 중국 국가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지적에 문 이사장은 "미국이 대중 견제를 위해 동북아 지역에 대한 관여를 강화하고 있어 한국이 중국 일변도로 선회할 수는 없다"며 한국이 미국 편에 서지 않는다는 것이 곧 중국에 경도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문 이사장은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바람직한 길은 모든 나라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라며 "미중 대립이 격화될수록 우리의 선택지는 제한되니 갈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나는 이것을 한국이 사는 길로서의 초월적 외교라고 부르고 있다"고 밝혔다.
'초월적 외교'에 대해 그는 "미중 어느 진영에 속하기보다는 다자협력과 지역통합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는 가운데 미중 충돌을 막고 외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적극적인 외교"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부상에 맞서기 위해 한일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길이 있냐는 질문에 문 이사장은 "일본의 미국 편들기는 미중 신냉전 고착화로 이어진다. 그렇게 되면 한·일 모두 안보 부담이 늘어나고 경제적으로도 손해가 크다"라며 "신냉전에 이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한일 간에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일본 외교를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최근 일본 외교는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수동적이고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 이사장은 "과거 오히라 마사요시 총리는 환태평양 연대 구상을 주창했고 이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로 이어졌다. 선진적으로 일본은 국제사회의 어젠다 세팅(의제 설정) 역할을 했다"며 일본이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주도성을 확보하는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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