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약 30년 전 북한의 기근 상태를 상징했던 단어인 '고난의 행군'을 다시 꺼내들었다. 이를 두고 코로나 19로 인한 국경 봉쇄 및 계속되는 국제 제재로 인한 위기 상황을 내부 동력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9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8일 제6차 세포 비서대회 마지막날인 3일차 폐회사에서 "우리 인민에게 최대한의 물질문화적 복리를 안겨주기 위하여 나는 당 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하여 각급 당조직들,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하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고난의 행군'은 지난 1994년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이 사망한 이후 그의 아버지인 김정일로 권력이 옮겨가는 과정에서 1995년 대홍수 및 사회주의권 붕괴의 여파로 인해 북한 내부가 극심한 기근을 겪은 시기를 의미한다.
김 위원장이 당의 가장 기초 단위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세포 비서대회에서 이러한 시기가 있었음을 상기시킨 것을 두고, 현재 북한이 처한 상황이 안팎으로 녹록지 않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내부 기강 다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현시기 당세포강화에서 나서는 중요과업에 대하여'라는 결론적 강령에서 "우리가 적대 세력들의 극악한 제재봉쇄 책동 속에서도 마음먹은대로 공장을 꽝꽝 돌리고 농사를 본때있게 지으며 건설을 힘있게 내밀자면 과학기술에 철저히 의거하여야 한다"며 국제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돌파구 마련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폐회사에서 "우리의 전진도상에는 많은 애로와 난관이 가로 놓여있으며 그로 말미암아 당 제8차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투쟁은 순탄치 않다"며 "우리 인민의 앞길을 개척하고 사회주의, 공산주의에로 가는 위대한 목표, 위대한 이상을 실현하는 데서 우리 당은 그 어떤 우연적인 기회가 생길것을 절대로 믿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우연적 기회'에 대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제재 해제를 위한 미국과 관계 개선을 포함한 대외적 여건 조성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이날 10가지 중요 과업과 12가지 기본 품성을 제시하며, 사상적인 강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현 시기 당세포앞에 나서는 과업은 당원들과 근로자들속에서 5대교양을 기본으로 사상교양사업을 실속있게 벌리는 것"이라며 "사상교양사업은 제일 어려운 사업이며 당세포들이 한시도 놓치지 말아야 할 기본과업의 하나다. 사람들의 사상의식에는 공백이 없는 것만큼 사상교양사업을 홀시하면 나쁜 사상에 물젖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통신은 김 위원장이 "당 제7차대회가 제시한 경제과업들이 심히 미달되고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현상들이 극복되지 못하고 있는 현 실태를 분석"하면서 "당세포들이 제구실을 똑바로 하지 못한데 중요한 원인이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북한 내부의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불리한 자연 기후조건에서도 최고수확 연도 수준을 돌파한 농업 부문의 결실"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보아 지난해 수해에도 불구하고 농업 부문에서는 일정 부문 성과를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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