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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석탄 금고', 이제 '탄소중립 금고'로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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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석탄 금고', 이제 '탄소중립 금고'로 바꾸자

[ESG 혁명]

"금융시장의 '룰'(rule)을 바꾸는 노력이 절실하다. 금융기관이 탈석탄 투자를 선언할 수 있도록, 그리고 탈석탄 투자, 재생에너지 투자를 선언한 금융기관이 시장에서 유리하도록 새로운 제도와 정책을 만들거나 기존의 제도를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두 해 전, 필자가 전국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에 '탈석탄 금고'를 최초로 제안하며 쓴 칼럼의 일부다.(☞ 관련 기사 : 석탄금융은 '더러운 투자', 탈석탄 투자 선언을!) 탈석탄 금고는 지자체와 교육청 등이 소관자금의 관리·운용의 업무를 위하여 계약형식으로 금융기관(은행)을 지정할 때, 금고지정 평가항목에 금융기관의 탈석탄 선언 여부, 석탄발전 투자 규모, 총 운용자산 대비 석탄발전 투자 비중, 기존 석탄발전 투자금의 단계적 철회계획 수립 여부 및 이행 수준 등 탈석탄 지표를 반영한 금고를 말한다.

환경운동연합, 청소년기후행동, 그린피스, 기후솔루션 등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활동과 충청남도의 노력에 힘입어 탈석탄 금고를 선언한 기관은 현재 63개(광역 8개, 기초 44개, 시·도교육청 11개)로 확산되었다. 이들의 금고 규모는 2020년 기준으로 165조 원에 육박한다.

탈석탄 금고를 최초로 제안한 당시만 해도 탈석탄 선언을 한 국내 금융기관은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두 기관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탈석탄 금융의 볼모지였다. 하지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을 비롯한 다양한 기관들의 노력, 시장변화, 기후위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스스로의 자각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탈석탄을 선언한 금융기관은 현재(2021.4.6.) 86개에 달한다.

이 중에서 금고시장의 직접 이해당자사인 은행은 8개가 포함되어 있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DGB대구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이다. 미선언 기관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 BNK금융그룹 계열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인 제주은행뿐이다. IBK기업은행은 외적 요인 때문에 대외 선언만 하지 못하고 있을 뿐 더 이상 석탄발전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이미 수립한 상태다. 다른 미선언 지방은행들의 탈석탄 선언 동참에도 그다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전망이다. 운동장은 이미 탈석탄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불과 2년 5개월 만에 이루어진 급속한 변화다. 이러한 변화에 '탈석탄 금고'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객관적 여건의 변화는 '탈석탄 금고'의 발전적 변화도 요구한다. 필자는 이 시점에서 지자체와 교육청 등이 '탈석탄 금고'를 '탄소중립 금고'로 진화시키기를 제안한다. '탈석탄 선언 여부'를 중요한 평가지표 중 하나로 삼고 있는 탈석탄 금고는 주요 은행 대부분의 탈석탄 선언으로 이제 그 사명을 다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표로는 더 이상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금융기관을 더 높은 목표로 나아가도록 자극할 수도 없다.

'탄소중립 금고'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기후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2050 탄소중립'을 '조직'은 물론 '금융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선언하고, 이를 위한 기후금융 활동을 적극 실행하는 금융기관으로 지정한 금고라고 정의할 수 있다.

금고 선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표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우선 '조직의 탄소중립'과 '금융 포트폴리오 탄소중립',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한 공개적 선언 여부를 필수로 고려해 볼 수 있다. 금융기관은 조직의 특성상 직접 발생시키는 온실가스는 적다. 조직의 탄소중립은 사실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보다는 투자, 대출, 보험 등 각종 금융 제공을 통하여 기업이나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이 더 크다. 이러한 금융 배출량(financed emissions)을 감축하는 활동이 금융기관 탄소중립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금융 포트폴리오 탄소중립' 공개적 선언도 탄소중립 금고의 핵심지표가 되어야 한다.

금융 포트폴리오 탄소중립을 위해서 금융기관은 금융배출량을 측정하고 배출기준선도 설정해야 한다. 시나리오 분석을 통하여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부합하는 자산배분을 실행해 나가야 한다. 이는 기후금융(climate finance)을 내재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유엔 주도의 '탄소중립 자산소유자 연합'(Net-Zero Asset Owner Alliance)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을 위하여 1.5℃ 이하 시나리오 기준에 부합하는 투자 포트폴리오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캘퍼스(CalPERs) 등 연기금을 비롯하여 악사(AXA), 알리안츠(Allianz), 스위스 리(Swiss Re)와 같은 보험사·재보험사 등 35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을 2050년까지 총 자산운용 규모인 5조 1000억 달러 이상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2025년 최초 목표 설정 프로토콜'(Inaugural 2025 Target Setting Protocol)에 따르면 향후 5년간 금융 포트폴리오의 탄소배출량을 29%까지 감축한다.

맥쿼리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탄소중립을 2040년까지는 달성한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선진 금융기관들은 이처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을 적극 실천해 나가고 있다. 유엔은 기후금융을 "기업과 사회의 탄소배출 경감을 유도하고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는데 기여하는 금융회사의 대출과 투자, 관련 금융상품의 개발"로 정의한다.

기후금융 실행을 위해서 먼저 대상기업의 기후 관련한, 표준화되고 비교 가능하며 신뢰성 있는 각종 정보가 필요하다. 금융기관이 조직 스스로의 기후 관련 정보 공개와 더불어 자산배분의 대상에 대하여 정보공개를 적극 요구해야 하는 이유다. TCFD(Task Force for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기후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 포스)와 TCFD의 기반이 된, 전 세계 금융기관 주도의 정보공개 이니셔티브인 CDP(前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서명기관을 통한 정보공개 요구와 관여 활동은 그런 점에서 필수적인 기후금융 활동이다. 전 세계 투자자를 대변하는 7개 글로벌 기관들(PRI, CDP, UNEP FI, IGCC, IIGCC, AIGCC, Ceres)이 기후행동의 규모 확대와 가속화를 위하여 발족한 협력 이니셔티브인 '투자자 어젠다'(Investor Agenda)도 4대 핵심 중점영역 중 기업 관여(Corporate Engagement)와 투자자 정보공개(Investor Disclosure) 영역에서 CDP와 TCFD를 제시하고 있다.

온실가스 회계방식을 조화시키고 금융기관이 대출, 투자 등으로 발생시킨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속적으로 측정·공개할 수 있도록 탄소회계 방법론을 제공하는 PCAF(Partnership for Carbon Accounting Financials, 탄소회계금융파트너)는 앞서 언급한 금융 포트폴리오 탄소중립을 위한 활동에 필수적이다.

대형 개발사업이 기후변화 등 환경 파괴 또는 인권 침해의 문제가 있을 경우 대출 등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전 세계 은행 중심의 자발적인 행동협약인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 실행도 대표적인 기후금융 활동이다. 이외에도 탈석탄 동맹(PPCA),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의 유엔 책임은행원칙(PRB : United Nations Principles for Responsible Banking) 등도 있다.

TCFD, CDP, PCAF, UN PRB, Equator Principles, PPCA 등은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 받고 있으며 가입과 활동이 권장되는 대표적인 기후금융 이니셔티브다. 필자는 '탄소중립 금고' 선정을 위한 지표에 다양한 기후금융 이니셔티브 참여 여부와 활동 실적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하여 우리나라 은행들의 기후위기 대응과 이를 위한 탄소중립이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4대 수계기금 선정 지표에는 이 기후금융 이니셔티브 가입 여부와 활동이 반영될 예정이다.

▲ 지난 3월 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지 선언'에 참석한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그룹 관계자들이 선언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탄소중립에 탈석탄은 핵심이다. 탈석탄 금고 지표 중 '탈석탄 선언 여부'는 변별력 차원에서 역사적 소임을 다해가고 있지만, 필자가 제안한 '기존 석탄 투자금의 철회 계획 수립 여부와 이행실적'은 앞으로도 유효하다. 현재 이러한 계획을 수립하여 공개한 금융기관은 전무하다. 또 이 지표를 채택하고 있는 지자체와 시·도교육청 또한 없다.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은 '탈석탄 선언 여부' 지표를 통하여 우리나라 은행들의 탈석탄 선언을 유도한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 지표 채택을 통하여 기존 투자금 철회도 유도할 수 있다.

탄소중립은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인류의 공멸을 막고자 하는 기후과학의 명령이자,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경제·사회질서다. 지난 3월 9일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지 선언식'에서 낭독된 선언문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금융이 핵심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금융을 물줄기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기반으로 한 기후금융으로 수렴시키지 않으면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미래는 몽상에 불과할 뿐이다.

탈석탄 금고는 2년 동안 우리나라 금융의 물줄기를 바꾸는 역할을 일정 부분 수행했다. 급변하는 전환의 시대에서는 잠시라도 안주하면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우를 범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탄소중립 금고는 변화된 객관적 여건을 반영하고 시대적 요구에 적극 부흥하고자 하는 사회적 고민의 산물이다. 이제, '탈석탄 금고'를 '탄소중립 금고'로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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