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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성추행 사건' 진정한 사과 필요했던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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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성추행 사건' 진정한 사과 필요했던 민주당

[기자의 눈] 부산시민들 보궐선거 발생 이유 명확히 인지... 공약 실천 약속도 마음 돌리지 못 해

"부산시장 보궐선거 왜 하는지 아세요?...시장이라는 사람이 직원 성추행이나 하고 쯧쯧"

지난해 말부터 취재현장에서 만난 부산시민들에게 기자가 던진 질문이다. 이 질문에 시민들은 한결같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에 대한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 짧은 대화는 마지막 투표가 진행되는 4월 7일 바쁜 발걸음을 멈췄던 택시 안에서도 이어졌다.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듣기 싫도록 짜증났던 네거티브 공방에 매번 허울뿐인 경제공약을 또다시 들어야 했던 이유가 바로 민주당 소속이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비롯된 사실을 부산시민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 23일 오전 11시 부산시청사 9층 브리핑룸에서 사퇴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오거돈 부산시장이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프레시안(박호경)

이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민주당은 당헌당규를 바꾸면서까지 후보를 냈다. 귀책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한 약속은 시작부터 틀어졌다. 크나큰 잘못을 저지르면 이내 우선돼야 할 진정한 사과의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물론 민주당이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2020년 4월 23일 사퇴 기자회견 후 중앙당 차원에서도 일부 부산 정치인들도 고개를 숙이고 사과의 제스쳐를 취하기는 했었다.

본인들은 사과를 했다고 항변할지 모르나 시민들은 이 사과를 듣지 못했다. 더 깊이 들여다 보면 그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라는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볼법한 기본적인 원칙이 이번 선거에서 다시 되새겨졌다.

부산시민이 받아들이지 않은 사과를 민주당은 온갖 달콤한 약속으로 덮으려했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됐고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북항경제자유구역 지정, 경부선 지화화 등 부산시민의 귀를 홀릴만한 공약이 실제로 쏟아졌다.

얼핏 달콤해 보이는 이 공약도 효과는 미미했다. 어딘가에서 들었던 공약이다 싶어 찾아보니 성추행을 저질렀던 오거돈 전 시장이 했던 약속과 비슷하지 않은가. 그러니 시민들의 마음을 가져올리 만무했다. 선거 막바지에도 시민들에게 던진 질문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퇴'가 돌아온 이유다.

이미 부산의 민심은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지난 21대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에게 회초리를 들고 있었다. 오거돈 전 시장 사건이 잊혀지기도 전에 올해 3월초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무너졌다.

수많은 공약이 먹히지 않자 민주당은 막판까지 네거티브 공격으로 일관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를 향해 엘시티 특혜 분양, 기장군 땅 투기 논란, 딸 입시비리, 국회 사무총장 당시 특혜 공모 등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맹공을 쏟아냈으나 최종 결과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

이 과정에서 <프레시안>이 단독으로 보도한 '주소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배우자 재산누락' 네거티브 공격이 밝혀지면서 스스로 만든 자충수에 빠졌다.

다시 되집으면 민주당은 진정한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성추행범이 3년 전 했던 약속을 고스란히 들고와 상대 진영에 대한 공격에 사용했으니 그 공격이 먹힐리 있었겠는가. 부산시민을 얕잡아 본 오만은 그대로 이번 보궐선거에서 표심으로 나타났다.

결국 2021년 4월 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 개표를 진행한 결과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62.67%의 득표율을 얻으면서 34.42%를 받은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더블스코어 가까이 따돌리고 새로운 부산시장으로 당선됐다.

한 가지 아쉬움은 든다. 만약 민주당이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내기로 결정했던 지난해 11월부터 부산시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면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 나섰던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의 말처럼 "실망한 부산시민의 자긍심을 일으켜세워야 한다"는 말을 실현했다면 그래도 결과에 변화를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현재도 부산시민의 마음에는 그 사건으로 인해 받은 충격과 무너진 자존심이 너무 깊게 그리고 뼈 아프게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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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경

부산울산취재본부 박호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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