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의 날'을 맞아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에 나선 시민을 군경이 무차별 진압해 100명 이상의 미얀마 인이 숨졌다. 지난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 참사다. 희생자 중에는 어린이와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나우,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는 지난 27일 위와 같이 보도했다.
'미얀마 군의 날'은 미얀마에서 일본 점령에 대한 무력 저항이 시작된 1945년 3월 27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군부 지도자들은 27일 제76회 '미얀마 군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에 미얀마 인들은 이 날을 기존 명칭인 "저항의 날" 등으로 칭하며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미얀마 나우는 이날의 비극에 대해 "전국 40여개 도시에서 군경이 시위대를 사살해 2월 초 쿠데타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래 하루 동안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며 그 수를 최소 114명으로 추산했다.
미얀마 나우는 이 중에 미얀마 중부 도시인 메이크틸라에 사는 13세 소녀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현지 매체인 이라와디 역시 '미얀마 군의 날' 군경 진압으로 사망한 미얀마 인의 수를 최소 102명으로 추정하며 "현재까지 총 429명이 죽었다"고 보도했다.
이라와디에는 시위자가 아닌 식수 배달원과 구경꾼도 총상 등 부상을 입었다는 간호사의 증언도 실렸다.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에 대한 규탄 목소리를 높였다.
미얀마 주재 유럽연합 대표단은 성명에서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 어린이를 살해하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며 "이번 미얀마 국군의 날은 영원히 '테러와 불명예의 날'로 새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28일에는 미국 합동참모본부의 주도 하에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영국,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캐나다, 그리스 등 12개국 합참의장이 미얀마 군부의 유혈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미얀마 군부와 경찰의 비무장 시민에 대한 치명적 무력 사용을 비난한다"며 "군대는 국제적 행동수칙을 따라야 하고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얀마 군부가 즉각 폭력을 중단하고 미얀마 시민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