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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종로 보건소가 백신으로 전국민을 속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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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종로 보건소가 백신으로 전국민을 속였다고?

[안종주의 안전 사회] 백신 접종 음모론, 집단면역 발목 잡나

코로나 백신 접종을 둘러싼 음모론과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 지극히 일부 국민이 저지르는 행동이기는 하지만 그 극단적인 행태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으면서 드러나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트리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라는 자괴감이 든다.

문 대통령이 백신을 맞은 직후 일부 유튜브 방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문 대통령이 접종받은 것이 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아니라 간호사가 바꿔치기한 화이자 백신이란 황당한 음모론이 툭 튀어나왔다. 사실이라면 대통령과 종로구 보건소가 국민을 속인 것으로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수 있는 문제였다.

대통령에게 얼마나 큰 이득이 있기에 음모론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것이 드러났을 때 필연적으로 생기는 치명적 위험과 정치 생명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엄청난 일을 모의해 저지른다 말인가.

하지만 이 음모론을 추구하는 일부 시민들은 백신 바꿔치기를 기정사실로 보고 문 대통령에 직접 백신을 접종한 간호사(간호직 8급)에게 "양심선언을 하라", "양심선언 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둥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로 욕설을 퍼붓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연합뉴스

음모론자들의 상상력 재료가 된 가림막과 뚜껑

백신 바꿔치기 음모론을 제기하고 이를 믿고 퍼트리는 사람, 그리고 백신 접종 간호사 등에게 욕설과 협박을 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에게 접종하기 직전 주사기 뚜껑을 열고 주사액을 뽑았는데 그 뒤 가림막 뒤에 갔다 온 뒤에 다시 뚜껑이 씌워져 있는 것을 근거로 이를 주장하고 또 믿고 있다.

가림막과 뚜껑이라는 정말 사소한 문제가 엄청난 음모론을 불러온 것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정말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기울이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위험 소통의 원칙을 떠올리게 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미국 워싱턴에서 엄청난 허리케인으로 변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음모론을 만들어 퍼트리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보통사람들은 상상조차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 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최근 극단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정치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상당한 것과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 하루빨리 치유해야 할 난치병이다.

코로나 감염병, 그리고 백신과 관련한 음모론이 세상을 어지럽게 만들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코로나 유행 초기부터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변이를 끊임없이 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흡사하게 닮았다. 우리 사회에서도 음모론이 최근 세월호 참사, 선거 등 주요 현안이 등장할 때마다 많이 불거져 나왔고 그때마다 이런 음모론이 허무맹랑한 것이라는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다.

음모론을 그들만의 이야기로 치부하면 안 돼

하지만 유튜브와 SNS 등을 주요 활동 공간으로 삼는 사이비언론과 사이비언론인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외친다. 여기에 특정 정치 성향의 세력이 동조하고 일부 노년층을 비롯해 정보 해독력이 떨어지는 사람들과 특정 정보만을 선택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다. 음모론을 만들어 퍼트리는 사람도 문제지만 이에 솔깃해 접종 거부 등 행동을 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음모론을 그들만의 이야기로 치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대통령 접종 백신 바꿔치기 음모론은 우리 사회의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음모론은 코로나 백신,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유발하려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일각에서는 화이자는 1등 백신, 아스트라제네카는 2등 백신이라는 낙인을 찍어 백신 접종 거부를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언행을 하고 있다. 매우 위험한 반사회적 행태다.

이는 제때 백신 접종을 받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양산하고 일시적 통증이나 발열 등 약간의 이상반응에도 참지 못하고 신고하는 사람들을 크게 늘리게 만들 수 있다. 인류 사회에 등장한 백신은 모두 크고 작은 이상반응을 일으켜왔다. 코로나 백신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이상반응 가운데 백신 자체의 결함 때문이거나 심각한 경우는 극히 드물어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이런 이상반응이 두려워 접종 자체를 기피하는 것은 구더기가 무서워 잠을 담그지 않으려는 것과 같다. 오발 사고가 있다고 해서 전쟁을 치르는 병사들에게 총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생기겠는가.

백신 이상반응에 비정상적으로 매우 민감한 한국 사회

언론을 포함해 일각에서는 이런 이상반응 신고를 부각하고 있다. 매일 매일 신고건수를 중계방송하고 있다. 정부가 이를 매일 공개하지 않으면 이를 은폐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펼친다. 선거 영향을 의식해 백신 접종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음모론적 의혹까지 야당에서 제기하고 있다.

이런 것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유독 우리나라 백신 접종자들의 이상반응 신고가 서구유럽 국가에 견줘 2~5배나 높다. 이상반응의 정도는 현재로서는 종류에 따른 차이는 크게 없다. 연령에 따라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이를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비정상적으로 신고 건수가 많다.

백신 부작용의 단계는 △일상생활을 하는데 별 문제가 없는 1단계 △하루 이틀 정도의 주사 부위 통증 등 조금 불편한 정도의 2단계 △고열과 심한 통증 등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 3단계 △호흡곤란 등으로 병원 입원이 필요한 정도의 4단계로 나뉜다. 3단계 이상부터는 당연히 신고를 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이상신고를 많이 하는 것은 조금 불편한 것도 참지 못하거나 혹 이것이 심각한 증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짓누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유럽 국가 사람들은 과잉 신고를 하지 않는데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데는 언론과 유튜브, 소셜미디어 등에서 이상반응을 과도하게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싶다.

음모론자들은 정치·경제적 이익 챙기려는 독버섯 무리

한때 5기가(G)통신 네트워크와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와 연관됐다는 음모론이 여러 나라에서 돌림병이 되어 돌아다녔다. 대한민국에서는 백신 접종 음모론이 유튜브와 SNS를 통해 한국인의 뇌를 감염시킨다. 이들은 대통령의 백신 바꿔치기 접종이 사실이 아닌 것이 명명백백하더라도 결코 음모론을 포기하지 않는다. 외려 또 다른 음모론을 찾아 유튜브와 SNS를 배회한다.

그리고 이런 음모론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챙기려는 사회의 독버섯 같은 무리들이 늘 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암 덩어리인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외과적 수술로 도려내기가 쉽지 않아 고민이 더욱 깊고 크다.

음모론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하루빨리 집단면역을 형성해 코로나 위기에서 탈출하기를 바라지 않는 것 같다. 백신 유효성과 안전성 흔들기는 집단면역 목표 달성을 더디게 만들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백신 도입이 늦었고 물량 조기 확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신속한 대량 접종도 더딘데 여기에다 불신과 불안의 재까지 뿌려대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 이는 결국 음모론을 만들어 퍼트리고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음모론자는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벌이는 자들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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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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